## 금권-관권 시비 사라져...원색적 인신공격-지역감정발언 여전 ##.

전국의 선거현장에서 드러난 15대 대통령 선거의 모습은 5년 전의
대선은 물론, 작년 4월 총선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92년 대선때의 과도하고 문란했던 금권선거 현상이 현정부에서까
지 계속 정치권에서 시비의 불씨가 된 현실과, 그동안 두 차례의 선
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법이 엄격해진 탓, 그리고 최근의 경제난, 정
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 등이 뒤섞여 선거현장은 전반적으로 차분하
게 가라앉아 있었다.

우선 각시-도 선관위별로 적발한 불법-탈법 사례가 14대 대선때나
지난 총선때는 수십건이었던 것이 이번엔 대부분 한 자리 숫자로 줄
었다. 대규모 옥외 정당연설회가 없어지고 소규모 거리유세와 미디
어선거가 자리잡으면서 생긴 결과다. 청중동원비가 거의 사라진 것이
다.

지구당별로 개최할 수 있는 정당연설회조차 뜸해 경북의 경우, 한
나라당은 19개 지구당 중 5곳밖에 열지 않았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운동원 일당을 마련하지 못해 전화홍보도 못하
는 지구당도 있었고, 상부에서 배정해주는 멀티비전 유세차량도 유지
비용조차 장만하기 어렵다며 사양하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거리유세장에는 거물급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이라도
나서는 경우가 아니면 20명 정도의 청중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세
장에서 '돈냄새'는 찾기 어려웠다.

또 선거유인물도 책자와 전단 1종류씩만 만들고 명함이나 당보도
배포할 수 없게 돼 자원낭비와 유인물 배포를 위한 인력동원을 막는
효과도 거뒀다.

유권자의 신고정신과 함께 각 정당의 준법정신도 비교적 높아져
거리유세에선 '2명'으로 제한된 연설원이 아니면 유명 당직자들조차
"죄송하지만 연설은 못하고 사회만 본다"고 소개할 뿐이었다.

경북 선관위의 김동원 지도과장은 "너무도 깨끗한 선거였다"며
"지자제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도 이렇게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라진 선거 현장에선 그늘도 많았다.

청중들을 모 으기 어려워진 만큼, 연설원들의 입이 험악해져 눈살
을 찌푸리게 했다. 유세장에선 정책이나 공약 대결은 거의 찾기 힘들
었고, 원색적인 인신공격과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대부분 경제위기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는 곧 "아들 군대도 안보
낸 사람이 어떻게 국군통수권자가 될 수 있나" "세계 어느 선진국도
평균연령보다 많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제
일 원칙인 승복의 원칙을 깨고 탈당한 사람을 뽑으면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겠느냐"는 상대방 비방에 연설의 초점을 맞췄다. 또 "육모방망
이로 때려 끌어내리자"는 원색적 표현이나, "부재자 투표에서 우리
후보가 70% 이상을 얻었다"는 근거없는 주장 등도 무절제하게 쏟아졌
다.

지역감정 자극 발언은 영-호남보다는 충청권과 강원도에서 터져나
왔다. '원조 충청도' 공방이 치열했던 충남-북에서 각당은 한나라당
과 국민신당은 "청주중학교 출신 이회창 후보" "빈농의 아늘, 충청의
아들 이인제"등을 강조했고, 강원도에선 조순 총재가 강릉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강원도 출신이 총재인 당을 밀자"는 발언도 나왔다.

막바지에 대구-경북지역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지역은 99% 몰표,뭉
치자 보여주자 대구-경북의 힘을'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21세기를 이끌 지도자를 자부하면서 앞다투어 구
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후보들의 행태도 과거지향적이라
는 비판을 받았다.< 전국 대선취재반 종합=정리 김한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