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입니다. 빨리 큰 병원에 입원하십시오.".
94년 11월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매년 정기검진을 받았고, 건강만
큼은 젊은이 못지않다고 자부했는데…. 오진이겠거니, 반신반의하며
이 곳 저 곳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마침 아내마저 큰딸 해산을 도우러 미국에 가고 없어, 나는 외톨이
로 죽음의 공포와 맞서야 했다. 우연히 켠 TV에선 간암에 걸린 간암전
문의가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드라마가 가슴속을 헤짚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처럼 무기력하게 죽음에 굴복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그렇게 혼자 외로워하다 미국으로 갔다. 공항에서
손주를 받아 안자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미국에서 치료를 받자고
애원하는 아내를 데리고 귀국했다.
이미 의사가 통보한 생존 시한은 다가오고 있었고 얼굴에까지 암기
운이 뻗쳐왔다. 마지막으로 기도나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친
구 권유로 식이요법으로 병을 고친다는 한 민간건강모임을 방문했다. 이
모임에서 권하는 식단은 지금까지 먹던 음식과 완전히 달랐다.
식사는 강낭콩과 율무, 현미찹쌀을 섞은 잡곡식이었고, 알로에베라
30㏄, 비타민B 한 숟가락, 영지록 효소 6알을 매번 식후에 먹으라고 했
다.
하루 세번 공복때 돗나물이나 케일, 돌미나리, 신선초, 비트, 컴프
리 생즙을 2백∼3백㏄씩 마시고, 10g짜리 효모나 컴프리 추출액, 산두근
(오령산)도 틈틈이 먹으라고 했다.
자극성 있는 음식이나 화학조미료, 인공색소 함유식품, 기름에 튀
긴 음식은 입에도 대지말라고 했다. 식이요법 재료들을 준비해 95년
2월1일 기도원으로 들어갔다.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죽기살기로
기도에 매달렸다. 이상하게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어느 날인가 용변
을 보자니 노란 물주머니 같은 게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달 동안
식이요법과 기도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왠지 몸속 나쁜 균들이 모두
빠져나간 것 같았고, 힘이 났다.
4월13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CT촬영을 해보니 암조직이 반으로 줄
어들었고, 혈액검사에선 정상으로 나타났다. 6월17일엔 암조직이 완전
히 없어졌다고 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지만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94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8개월 남짓한 동안 죽음의 암조직은
내 몸에 머물다 갔다. 아직도 얼떨떨할 뿐이다. 현대 첨단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이상한 방법으로 풀릴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