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박정훈기자】 일본에서 12일은 '한자)의 날'이었다. 이날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올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쓰러질 도'자가 선정됐다
고 발표했다. 일본내 1만3천여명으로부터 응모받은 결과 응모자의 10%가
도자를 꼽았다. 교토의 유서깊은 절 기요미즈테라(청수사)는 '도'자를
대형휘호로 써넣어 법당에 봉납하는 행사도 가졌다.
그 이유는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의 잇단 도산이다. 경기불황에다 금
융불안까지 겹쳐 야마이치-산요증권,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 등의 대형
금융기관과 건설-운수-부동산 관련업체가 줄줄이 쓰러졌다. 마침 같은
날 발표된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올 1∼11월 중 도산한
기업이 남긴 부채총액은 11조2천억엔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95년에 세운 9조엔의 도산부채 기록을 이미 넘어섰으며, 연말
까지는 12조엔에 달할 것이라고 이 회사는 밝혔다. 도산기업(부채 1천만
엔이상) 수도 연말까지는 2만건을 넘어서 역시 사상최고 기록이 확실하
다고 도쿄상공리서치는 전망했다. 1∼11월중 도산기업에서 근무하던 12
만2천명의 근로자가 직장을 잃어 고용불안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자능력검정협회측은 '도'자가 선정된 데는 중학생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 등 일본사회가 정신적으로 도산했다는 또다른 의미도 있다고 밝혔
다. 2위로 선정된 올해의 한자는 응모자의 5%가 꼽은 '깨질 파'였다. 한
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97년은 '쓰러지고 깨진' 한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