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체제작은 없다고 봐야지요』. 『먹고 사는 것도 힘든
마당에 무슨 케이블TV입니까』. IMF 한파에 떠는 케이블 TV 직원들의
말이다.

방송가에서 IMF 한파의 매서움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곳은 아무래도
케이블TV업계다. 공중파 방송과 비교할 때 경영상황이 형편없이 안좋은데다
아직 광고시장도 미약해 기업들이 광고를 줄일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된다.

3분야 사업자 가운데 어느 하나도 IMF 한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프로그램공급자(PP)의 경우 대기업 계열 케이블TV 채널은 모기업의 부도나
경영악화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지원이 끊기는 것은 물론,
그룹차원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경우 늘 「수익성 낮은 사업체」로 인식돼온
케이블TV 채널은 일차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채널은 상황을 넘기기가 더욱 어렵다. 자금이 돌지
않아 흑자도산이 속출하는 마당에 중소기업이 운용자금을 쉽게 구할 수 있을
리 없다. 지금도 일부 채널에서 임금체불이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많은 업체들이 임금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계열 채널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모든 경비를 40% 줄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면서 『일단 임금을 20% 삭감할 방침이며 제작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채널 관계자도 『지금도 자체 프로그램의 비중이 많지 않은데
비용을 더줄이게 되면 자체제작을 하는 채널이 거의 없게 될 것』이라면서
『이제 케이블TV는 공중파 방송의 재전송만 하는 중계유선방송과 별 다를
것이 없게 됐다』고 한탄했다.

일선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종합유선방송국(SO)들도 IMF 한파를 실감하고
있다.

가계지출 축소를 노리는 주부들이 일차로 케이블TV 부터 끊는 사례가 속출,
영업의욕을 꺾어놓고 있다. 앞으로 프로그램의 질이 더 떨어질 경우 이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덩치가 큰 전송망사업자(NO)들은 IMF의 직접적인 간섭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케이블TV협회 조재구 국장은 『한국통신이나 한국전력 등 전송망
사업자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긴축경영을 요구하는 IMF의 눈치를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이 전송망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경우 케이블TV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살아남으려는 업체들의 노력은 웬지
미약해 보인다.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한국
주재 외국 대사관이나 문화원 등을 돌며 쓸만한 영상물을 「공짜」로 구해
방송하기도 한다』면서 『이 높은 파고를 이런 식의 노력으로 넘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채널에서도 「지금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굶지 않느냐는 것
뿐」이라는 말로 어려움을 표현한다.

한국케이블TV협회의 한 간부는 『제작비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한다고 해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국내케이블 TV의 앞 날은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