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박두식기자>.

자넷 리노 법무장관과 루이스 프리히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미국
법 수호와 집행의 양대 기둥이나 다름없는 인물들이다. 척척 맞아돌아가
도 시원치 않은 두사람의 입장은 요즘 묘하기 짝이없다.

작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
령 등 민주당의 불법 정치헌금 스캔들을 조사할 특별검사 임명 문제 때문
이다.

프리히 국장은 클린턴 등이 백악관에서 한 헌금 독촉 전화의 잠재
적 탈법 위험을 주목, 특별검사 임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리노장관은 지난 3일 이 전화를 건 장
소가 백악관의 집무실이 아니고 법 규정의 애매함 등을 들어 특별검사를
임명치 않기로 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스캔들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이다.

헌금스캔들을 조사중인 미국 하원의 정부 개혁 및 감독위는 9일(현
지시각) 두사람을 동시에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었다.

두 사람의 견해 차이와 갈등을 최대한 노출시킴으로써, 클린턴과
민주당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겠다는 전략이었다.

공화당 의원들이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계속하자 리노는 "특별
검사 임명 결정은 증거와 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 신문 제목이나 사설,
여론조사나 위협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또 프리히와의 의견 차이에 대해서도 "서로 법 해석의 차이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의원들이 계속 따지고 들자 "프리히 국장과 대질
이라도 하겠다"고 맞섰다.

프리히 역시 의견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리노장관과의 업무 협력에
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리노는 모욕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다면, 프리히에
대한 태도는 융숭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백악관 등 클린턴 주변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두 사람의 처지는 1년여전과 비교할 때 상전벽해처럼 뒤바뀌었다.

작년 이맘때 리노 장관은, 임명권자인 클린턴 대통령이나 백악관,
같은 내각 동료들로부터 완전히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클린턴 1기 정
부 때 발생한 온갖 스캔들에 대해 닥치는대로(?) 특별검사를 임명했기 때
문이었다.

오히려 공화당 의원들은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클린턴이 리노의 경
질을 고려하자 "그녀를 바꾼다면 2기 내각 전체가 인준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옹호했다.

반대로 프리히 국장에 대해서는 공화당쪽에서 반드시 손 볼 인물로
꼽고 있었다. 녹녹지 않은 성격에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 프
리히의 고집에 대해 클린턴 주변 인사들도 탐탁해 하진 않았지만, 공화당
의회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그를 은근히 지원하는 분위기였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에 대한 감정도 달라지는 워싱턴 정가
의 분위기가 두사람의 처지를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