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을 상대로 절도행각을 벌인 절도범에 대한
여죄 수사과정에서 집집마다 많은 외화를 장롱속에 감춰뒀던
것으로 드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통치」까지 초래한 한
원인을 짐작케 하고 있다.
6일 특수절도 등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붙잡힌
李鍾秀씨(32.무직)의 절도사건이 바로 그 예.
경찰에 따르면 부잣집만을 골라 상습적으로 귀중품을 털어온
李씨는 지난해 6월서울 강남구 논현동 Y호텔 부근의 한 가정집에
침입, 현금 3천만원과 함께 일본돈 1백만엔을 손에 넣었다.
李씨는 또 지난 1월 성북구 성북동 한 가정집에서 미국돈
5천달러와 일본돈 20만엔을, 4월에는 같은 동네 다른 집에서 미화
1만달러와 80만엔을, 8월에는 서초구방배동 한 집에서 미화
8천달러와 50만엔을 훔쳤다.
그의 「외화 횡재」는 계속돼 지난 9월 종로구 평창동과 서초구
방배동 가정집에서 잇따라 미화 4천달러와 엔화 20만엔, 미화
1만2천달러와 50만엔을 훔쳤고 10월에는 평창동의 두 집에서 미화
6천2백달러와 50만엔을, 그리고 지난달 강남구 논현동한
가정집에서 미화 1만5천달러를 털었다.
이렇게 李씨가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
성북, 종로구일대의 부유촌 안방 장롱이나 금고 등에서 거둬들인
외화는 미화 6만2백달러, 일본돈 2백98만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미화는 7천여만원, 엔화는 3천만원에
달한다.
李씨는 1억원 상당의 외화절도를 포함, 지난 94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부유촌 가정집을 무대로 모두 17차례에 걸쳐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李씨는 경찰에서 『그냥 잘사는 듯한 집을 골랐는데 금고나 장롱에
숨겨둔 달러와 엔화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면서
『훔친 외화는 모두 도박에 탕진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李씨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 이 정도라면 실제로
훔친 외화는 더많을 것이지만 피해자들이 피해액을 정확히
신고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