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로(이집트)=우태영기자 】 지난달 이집트의 관광지 룩소르
에서 발생한 외국인 관광객 58명에 대한 집단학살 사건으로 이슬람근본
주의가 또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범행의 배후에 관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집트 안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의 소행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며 외국인들의 출국을
요구한 '이슬람그룹'에 대해 의심의 눈길이 쏠린다.
'이슬람그룹'의 모태는 1928년 하산 알 바나에 의해 설립된 '무슬
림형제단'. 이 그룹이 평화적이고 사회구호적인 활동을 벌이는 방향으
로 나가자 정치투쟁을 지향하는 젊은 과격파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쿠
트비윤', '속죄와 거부', '지하드', '이슬람 그룹', '정복의 전위' 등
의 단체를 만들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는 '이슬람그룹'은 나일강 상류지역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고 있으며 최고 지도자인 압델라흐만은 1993년 미국
뉴욕의 무역센터폭파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로 미국법정에서 무
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중이다.
이슬람정권 수립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근본주의세력은 현재 아랍권
뿐만 아니라 이란, 파키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국가 전반에서 강력한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살벌한 알제리에서는 이슬람구국전선(FIS)이 91년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군부에 의해 무력으로 집권이 거부되자 즉각 총을 들
었다. 양자간의 충돌은 무차별적인 살륙을 벌이는 내전으로 확대된 상
태. 현재까지 외국인을 포함, 6만여명이 살해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은 불만은 사우디왕정의 친미적인 자세와 미군
주둔에 집중된다. 공격목표도 사우디주둔 미군이나 그 시설물들이다.
이집트에서 이슬람근본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빈부격차 확대,
만성적인 실업 등 주로 경제적인 원인 때문이다. 카이로대 정경학부의
엘사위교수는 "91년부터 시작된 국유기업 민영화 조치 이후에도 계층이
동의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배워서 잘 살
수있게 된다는 희망을 포기하게 되면서 세속적인 정치-사회 논리에 대
한 증오심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실업문제는 이집트정부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 매년 대학졸업자의
25%이상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이로 시내에만
도 대졸 실업자수가 1백50만명에 이른다는 것. 이러한 실업자들이나 저
소득층들의 상당수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슬
람 근본주의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술교육 ▲외국원조 확대 ▲
미디어를 통한 국민 홍보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결과가 보이
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집트인들 가운데 멀지 않은 장래에 이슬람 근
본주의 세력이 집권할 가능성을 긍정하는 사람들도 만나기는 어려웠다.
알제리나 이번 이집트 룩소르 사건에서 보듯이 이슬람근본주의 세력
은 워낙 뿌리가 깊고 대담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은 아랍국가
들의 정국이 불안정하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한 언제 어디서든 아랍권은
물론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사건을 저지를 가능성을 안
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