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년 남자들 대부분이 공통되게 지녔던 습관 한가지.
세수나 목욕후스킨 로션을 바를 때 손바닥에 따르고는, 두어번 필
요이상 소리나게 박수를 친 뒤 얼굴에 바르는 습관이다. 중년 남자들에
게 이런 습관이 왜 생겼는지 아는 이는 그리 많지않다.
70년대 말부터 시작한 남성화장품시대. 그 대표적 브랜드인 태평
양 '쾌남' CF 시리즈는 야성미를 강조하는 컨셉트로 남성용 화장품시장을
넓혀가고 있었다. 당시 모델은 잘 생긴 근육질 배우 신일룡씨.
CF는 신씨가 정글을 탐험하고, 뗏목을 끌고 강을 건너고, 오지에서
사냥을 즐기는 것으로 설정했다. 원래는 '모험을 즐긴 뒤 편안한 마음
으로 부드럽게 스킨 로션을 바르는' 모습을 나타내려 했다.
한데 촬영이 한창 진행되자 이기태 감독(캐나다 거주)은 '남성스러
움' '강인함' '야성미'같은 이미지에 푹 빠져버려, 광고주의 처음 주문을
잊고 말았다.
오직 '남성스럽게'만을 외치던 이감독은 마치 세숫물처럼 스킨을
들이부은 뒤 퍽퍽 손바닥을 마주쳐 사방으로 스킨이 튄 뒤에야 얼굴에 바
르는 '강한' 모습을 연출했다.
스킨 로션을 물쓰듯한 이 CF가 방영된 뒤, 갑자기 남성용 스킨 로
션 매출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후 집이건 사무실이건 목욕탕이건,
듬뿍 붓고 꼭 소리나게 손뼉을 쳐가며 스킨 로션을 바르는 남정네들 모습
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듬뿍듬뿍 소비해주니 신나는
일이고, 소비자는 거울을 보며 퍽퍽 소리나게 바르는 자기가 마치 신일룡
처럼 남자답다고 느껴서 좋았던 쾌남 CF. 사람에게 잠재한 모방행동심리
가 작용한 대표적 CF였다.
하지만 요즘 목욕탕에서 유심히 살펴보면 그렇게 박수를 세게 쳐가
며 로션을 바르는 모습이 흔치는 않다. '쾌남'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 최항 · 선영프로덕션 대표 · CF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