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두식기자】4자회담이 실현되기까지는 약 1년 8개월의 시
간이 필요했다.

작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실현가능한
유일한 대안'으로 4자회담이 제안된 후, 설명회와 예비회담, 실무접촉등
온갖 외교채널을 동원, 북한을 설득하는 데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음달 9일 제네바에서 시작될 4자회담 전망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긴 여정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듯이,
회담의 시작이 곧바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자회담 개최가 합의됐음에도불구하고 과연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
가라는 근본적 궁금증에 대해 누구도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북한이 ▲미-북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등 반세기여에 걸
친 주장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4자회담을 그저 식량문제 해결등을 위
한 경제적 지원의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할 것인지를 점치기 힘든 것이다.

과거 북한의 행태를 본다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 것이
다. 실제 이번에 북한이 4자회담을 수락한 것은, 다음달부터 다시 시작
될 세계식량계획(WFP)등을 통한 국제적 식량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또 김정일의 당비서 취임으로 체제를 정비한 북한 지도부의 리더십을 과
시하기 위한 조치라고 봐야 할 듯싶다.

북한 정권의 근본적 변화로 간주할만한 증거가 없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도 4자회담의 전망을 흐리는 요인이다.

만약 새정부가의욕적으로 남북대화 추진등에 나서려 할 때, 4자회
담이 순기능만을 할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4자회담에 실었던 무게를 덜어내려는 노력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 한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합의해 준 것 자체가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겨냥하고 있다
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4자회담이 구체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오랜 시
간이 필요하다. 44년간 유지되어온 한반도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
로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숱한 국제법적-군사적 과제들이 도
사리고 있다.

한-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안으로 전체회의 아래에 ▲
평화체제 구축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문제를 다루는 2개의 소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갖고 있다.

1위원회는 주로 평화체제를 위한 협정 마련에 필요한 법적측면을
검토하는 기능을 맡고, 2위원회는 군사-외교-경제적 사안들을 다루는 곳
이 될 전망이다.

문구 하나 하나를 풀어가는 데도, 구체적 실천 과제 하나를 정하고
이를 이행키 위한 장치들을 만드는 모든 과정들은, 그야말로 4자 모두가
전력을 다해 달려들어도 짧은 시간안에 해결키 힘든 일들이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

따라서 4자회담이 어떤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회담을 둘러싼
4자 내부의 상황적 가변성을 최소화하고, 협상에 주력해야만 가능한 것이
다.

만약 4자회담이 본궤도에 오른다면, 스위스 제네바는 앞으로 상당
기간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핵심 지역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또 일단 4자회담이 제네바에서 열리게 되면, 미국 정부는 이 분위
기를 확대하기 위해 한국의 다음 정부에 대한 설득 작업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추가적 경제제재 완화 조치등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