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도 이젠 전문화시대다. 백화점식 프로그램 선정에서 벗어나
특정 장르나 특별한 범주 영화만을 상영하는 '색깔있는 극장'들이 늘고있
다. 우리 영화 중흥을 기치로 내건 한국영화 전용관(허리우드극장 블루
관)이 있고, 영화광들을 부르는 예술영화전용관(동숭시네마텍)이 있다.좀
더 대중성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코아아트홀)도 젊은이들에게 명소가 됐
다. 얼마전엔 성인 관객을 겨냥한 에로티시즘 영화 전용관, 여성들에게
손짓하는 페미니즘 영화전용관도 등장했다. 13일 홍익대 부근에 개관한
'마녀'는 페미니즘 영화의 보금자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를 개최한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설립
했다.
이혜경대표는 "억압받던 여성을 대표하는 '마녀'라는 말을 뒤엎어
마녀의 눈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고자 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 극장은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여성영화제 다시보기'행사를 열
어 '낮은 목소리2' '봉황교로 돌아와'를 비롯한 여성영화 11편을 선보인
다. 주말 심야엔 페미니즘 영화를 상영하고 2년마다 여성영화제도 개최
한다.
종합문화운동공간을 지향하는 '마녀'는 연극-음악공연장으로도 활
용한다. 남대문시장 입구에 지난 7일 새로 단장해 개관한 뉴남대문극
장은 '에로티시즘 영화 전용관'을 표방한다.
조현진 팀장은 "사회적 논의에선 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에
로영화도 법테두리 안에서 성인문화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신작에만 매달리지 않고 '에마뉴엘 부인'같은 흘러간 화제작까지
앙코르 상영한다. 지난 8일부터 12월5일까지 '에로영화 당당하게 보기'
를 주제로 에로영화제를 열어 '하몽하몽' '클로드 부인' '올 레이디 두
잇'등 8편을 상영하고 있다.
이 극장은 성인영화 전용관 법제화를 위한 여론조성 운동도 벌이겠
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극장가 변화는 한 우물을 파면서 고정 팬을
확보하겠다는 극장측 생존전략에서 출발한다. 색깔있는 극장들이 대개
소규모라는 점도 우연이 아니다.
한편으론 영화가 젊은이들의 주요 문화가 되면서 다양해진 취향에
부응한다는 측면도 있다. 이런 변화는 상업성이라는 단일 잣대로는 사장
될 수밖에 없는 작은영화들이 상영공간을 얻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 6월부터 한국영화전용관으로 운영하는 허리우드극장 블루관(3
백석)이 전수일 감독 '내안에 우는 바람'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영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오락영화를 주로 상영하던 코아아트홀을 92년부터 '대중성 있는 유
럽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전환한 황인옥 이사는 "전문극장으로 바꾼 뒤
연간 좌석점유율이 백화점식 프로그램 선정때보다 20% 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 김명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