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지해범기자】 중-러 양국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던 국경선
획정 작업이 사실상 완료돼, 양국 군사-외교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었다.

중국을 방문중인 옐친러시아대통령과 장쩌민(강택민)중국국가주석
은 10일 정상회담을 갖고, 4천3백30㎞에 달하는 동부지역 국경중 극동 하
바로프스크 일대 50여㎞를 남겨둔 나머지 전지역의 국경선을 확정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옐친대통령은 이날 국경선 획정완료를 선언하면서 "이는 양국간의
큰 승리"라고 말했다.

양국이 이번에 획정지은 국경선은 하바로프스크 부근 우수리강 유
역으로, 이곳에는 6백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는데다, 홍수가 지면 강
물의 흐름이 수시로 바뀌어 국경선 획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곳이다.

양국은 지난 2년간 실무진들이 참여한 가운데 현지 조사를 통해,
1천2백개에 달하는 구체적 좌표를 땅위에 표시하는 작업을 진행, 최근 몇
군데만 제외하곤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표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한 곳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으나,
역시 강상의 작은 섬들과 홍수로 변경된 하상지역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 50㎞에 달하는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오는 연말까지 완전 합의
에 도달한다는 목표로 양국이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획정한 우수리강 일대의 국경선은 그동안 무력충돌까지 빚
어졌던 분쟁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이번 공동선언은 양국간 외교-군사측
면에서 매우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러 국경분쟁은 1858년 제정러시아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정 러시아는 청나라가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흔들리는 틈을
타 아이훈(애혼)조약과 베이징(북경)조약을 차례로 체결, 헤이룽장(흑룡
강)북쪽지역과 외흥안령남쪽지역, 우수리강 동쪽지역및 사할린등 1백만㎢
에 달하는 광대한 중국 영토를 차지,분쟁의 씨앗을 심었다.

49년 중국 공산정권 성립 이후에도 소련은 자의적으로 국경선을 획
정, 중국의 불만을 샀다. 양국간의 국경분쟁이 시작된 것은 60년대 중소
간 이념분쟁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60년대초 중국내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이 대거 소련으로 월경한데
이어, 66년 중국 외무장관이었던 천이(진의)는 "소련이 1백50만㎢의 중국
영토를 점령했다"고 주장, 국경선 문제가 공식 표면화됐다.

69년3월 우수리강 내의 면적 1㎢에 달하는 천바오다오(진보도-러시
아명은 다만스키섬)에서 두차례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그후 양국은 몇차례 국경회담을 열었으나 합의를 보지못하다, 91년
장쩌민총서기가 모스크바를 방문, 고르바초프대통령과 중-소 국경협정을
체결함으로서 비로소 국경선 획정 작업을 시작했다.

97년 완료를 목표로한 이 협정이 이번에 결실을 맺게된 것이다.

이번 합의로 양국은 국경선 미획정으로 인한 큰 짐을 덜게 됐다.

앞으로 양국은 다음 단계로 국경선의 병력을 감축하고, 현재 70억
달러에 불과한 양국간 무역규모를 20세기말까지 2백억 달러로 끌어올리기
위한 통상협력방안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