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타' 이수동(26·1m92)이 돌아왔다.
지난 4월 고려증권에서 상무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이수동이 예전의
하얀 새치를 머리에 이고 전남 여천에서 열리고 있는 97한국배구대제전에
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고 있다. 이수동은 전통의 배구명가 대한항공,
고려증권, LG화재를 차례로 격침시키고 상무를 3연승으로 4강에 진출시켰
다.
이수동의 활약은 눈부셨다. 4일 친정팀인 고려증권전. 상대의
왼쪽 공격라인을 철통같이 봉쇄하며 블로킹만으로 7득점 2득권을 올렸다.
또 위력적인 오픈강타를 친정팀 코트에 꽂아 넣으며 양팀선수중 최다인
12득점 20득권을 기록.
6일 LG화재전에서도 고비마다 블로킹과 강타로 11득점 15득권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상무는 지난 3월 97슈퍼리그 이후 실업대회에
출전조차 하지않은 팀. 선수들의 잇단 입-제대로 팀구성이 어려웠던 것.
그러나 이수동 등 신참트리오의 가세로 공격과 수비, 그리고 서브
리시브까지 안정감을 가지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는 평이다. 이수동은
늦깎이였다. 경북사대부중-고를 졸업할때까지 초라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결국 대학도 내로라하는 대학팀의 외면속에 홍익대에 묻어서(?)입
학했을 정도. 홍익대 졸업무렵에도 스카우트 손짓을 하는 실업팀은 없었
다. 단돈 2,000만원에 고려증권에 입단했다. 3억5,000만원에 현대자동
차써비스에 입단한 임도헌과는 실업동기생.
진준택감독만이 이수동의 가능성을 믿고 스카우트, 혹독한 조련으
로 변신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94년 슈퍼리
그는 아예 출전조차 하지못했고 95시즌엔 초반에 몇 게임 뛰다가 왼쪽발
목을 다쳐 벤치워머로 실업초년기를 보냈다.
그에게 때가 온 건 96슈퍼리그. 통산 5회우승의 고려증권의 레프
트로 나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주무기인 C퀵으로 상대코트를 쑥대밭으
로 만든 것.
96슈퍼리그 우승을 거머쥔뒤 이수동은 "실업 3년만에 배구를 보는
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수동은 비교적 편한(?) 공익근무요원을 마
다하고 상무유니폼을 입었다.
"배구를 할 수 있잖아요.".
이수동의 짧은 대답이다. 이수동의 상무가 현대자동차써비스-삼성
화재의 양대산맥이 지배하는 배구코트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