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잘 굴러가던 영미 록계는 70년대 후반 펑크 록이 등장하면
서 일대 지각변동을 겪는다. 주류에서 기세를 뽐내던 기존 록은 급제동
이 걸렸다. 이름만으로도 불량기를 느끼게 하는 영국 그룹 섹스 피스톨
스와 클래시가 펑크 진영 선봉에 섰다.

펑크 그룹들은 징징거리는 소음과 마구잡이로 외치는 것 같은 보컬을
쏟아냈다. 그들은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에릭 클랩튼, 엘튼 존
처럼 부유하고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록스타들을 '처단해야 할 적'으
로 규정했다.

"록의 소유권은 엄연히 우리같은 거리 청년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멋대로 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젊은이들은 사나운 펑크에 열광했다. 영국 왕실을 조롱한 섹스 피스
톨스의 노래 '신은 여왕을 구한다(God save the Queen)'는 닷새 만에 15
만장이 팔렸다. 영국 사회는 긴장했다. 의회까지 나서서 '펑크 죽이기'
에 골몰했다.

펑크는 제도권 역풍에 밀려 78년을 고비로 고개 숙였다. 이름도 뉴
웨이브로 바뀌었다.

그러나 '저항 록'의 주도권은 이미 펑크에 넘어간 다음이었다. 80년
대를 지하에서 숨죽이며 지내던 펑크는 90년대 들어 얼터너티브 록이란
이름으로 환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