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사안 처리 천당과 지옥 차이" 정치권·검찰에 볼멘소리 ##.
"천당과 지옥의 차이." 최근 서울고법에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씨
가 낸 보석 신청서의 한 귀절이다. 정치인들의 비자금이나 이른바 '떡값'
에 대해서는 관대히 처리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중형을 내린데 대한 불만
을 털어놓은 대목이다. 이를테면 자신을 기소한 검찰의 처사가 이중잣대
를 들이댄 것이라는 항변인 것이다. 현철씨는 지난 10월13일 1심에서 징
역 3년에 벌금 14억4천만원 추징금5억2천4백만원의 실형이 선고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A4 용지 42장에 달하는 장문의 이 보석 신청서에서 그는 '김대중 비
자금'사건 등 특정 사건을 짚진 않았지만 분명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건
들을 겨냥하고 있다. 자신에게 적용된 조세 포탈죄와 관련, "사법사상은
물론이고 이 사건의 전후를 통하여 일어난 정치적 금품 수수나 고위 공
직자들의 금품 수수에 있어 이 사건과 같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은 금
품수수를 조세 포탈로 처벌한 전례가 전혀 없다"고 단정조로 말하고 있
는 것에서도 그의 볼멘 목소리가 배어 있다.
특히 법리 논쟁에 할애된 앞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정상론 부분에선
정치권과 검찰을 겨냥한 그의 강경한 항변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검찰은 피고인을 기소해놓고도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유사한 금품 수
수 사례에 대해 수사조차 할 수 없다고 공공하게 발표하고 있을 정도."
"사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것.".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보석 신청에 대해 "겉으로는 법원의 선처를
호소하는 일종의 탄원서 형식을 빌렸지만 알맹이로 보면 검찰을 향한 도
전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사실 현철씨가 보석 신청을 낸 것 자체를 예상밖의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그는 "법정에서 모든 것을 다퉈 나의 결
백을 입증하겠다"는 말을 자주해왔기 때문이다. 1심 과정에서도 주변에
서 보석 신청을 권유했지만 "다른 정치인처럼 하고 싶지 않다. 떳떳하게
이 사건 자체로 판단받고 나가겠다"며 막무가내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변호인측은 그동안 형 집행 정지나 보석 신청을 여러 차례 검토했다가
현철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최근 위염과 안압
등으로 몹시 쇠약해져 있는 상태인데도 그가 건강 진단을 줄곧 거부해왔
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면 현철씨는 왜 이 시점에서, 그것도 검찰이 '도전장'으로 받아
들일 정도로 칼끝을 들이대며 보석 카드를 꺼낸 것일까.
그를 최근 면회한 인사들과 변호인측에 따르면 현철씨는 검찰이 지
난 10월20일 김대중 비자금 사건을 '수사 유보'로 결론지은 데 대해 옥
중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서에 '작금에 벌
어지고 있는 유사한 금품 수수 사례' '수사조차 할 수 없다고 공공연하
게 발표' 등의 표현을 구사해가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 그의 요즘
심경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그는 1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을 얻어냈음에도 언론이 이를
제대로 다뤄주지 않았다며 역시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자
신의 1심 선고를 '검찰의 압승' 혹은 '검찰 손들어주기'라고 언론들이
보도한 데 대해 매우 언짢아 했다는 것. 그래서 2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자신의 주장과 항변을 바깥에 드러낼 마당이 필요했다는 해
석도 있다.
여기에다 최근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해빙 무드도
이번 보석 신청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풀이도 있다. 지난
10월23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의 회동이
있기 앞서 이희호여사가 손명순 여사에게 보낸 위로 편지가 그 한 예이
다. 유재건 총재 비서실장 편에 전달된 이 친필 편지에서 이 여사는 현
철씨 문제를 떠올리면서 "요즘 얼마나 심려가 크시냐. 가족들을 위해 기
도하겠다"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김대중 총재도 이날 있은 회동
에서 "아들 문제로 얼마나 걱정이 많으냐. 나도 마음이 아프다"며 김 대
통령을 위로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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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신청서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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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씨는 지난 10월23일 변호인인 여상규 변호사를 통해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광중)에 보석 신청서를 냈다. 다음은 신청서 중 정
상관계 부문 요지이다.
지금까지의 우리 사법사상은 물론이고 이 사건의 전후를 통하여 일어
난 정치적 금품 수수나 고위 공직자들의 금품 수수에 있어서 이 사건과
같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금품 수수를 조세 포탈로 처벌한 전례가
전혀 없음은 공지의 사실이다(심지어 세무 당국의 세금 부과나 추징조차
이루어진 선례가 없음).
더구나 검찰은 피고인을 조세 포탈로 기소해 놓고도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유사한 금품 수수 사례에 대하여 수사조차 할 수 없다고 공공연하
게 발표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사건에 관하여서만은 지
금까지 단한번도 세금이 부과된 전례조차 없는 사례를 놓고 어느날 갑자
기 조세 포탈이라고 형사 처벌까지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러한 검찰의 이중잣대는 법 적용의 형평성을 잃었다는 원론적 비난 이외
에도 사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고 직접 당사자인 피고인의 인권
을 침해하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조세 포탈로 형사 처벌하기 위하여는 어떤 사례에 어떤 조세의 부과
가 일반화된 후에야 비로소 이를 포탈할 목적과 의도하에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있을 때에만 그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결
론은 법치주의하에서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당연한 것이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입건조차 하지 않았고 또 현재
고발까지 된 동종 사건에 대하여서도 검찰이 그 수사를 기피하고 있거나
그 기소 여부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임을 감안해본다면 피고인에게는
실로 천당과 지옥의 차이와 같은 불이익이 주어지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생각건대 정당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과 사법적 정의 구현이란 무엇보
다도 법적 형평성에 그 기초를 두고 있을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을 것
이며, 또 그 형벌 정도는 국민의 기본권이 지나치게 침해되어서는 안되
는 과잉 금지의 원칙과 범행의 정도에 알맞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비로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원심의 형량은 위에서 본 이 사건의 경위와 그 가벌성이나 비난 가능
성의 정도 및 아래에서 보는 여러 가지 정상 관게에 비추어 너무나 가혹
하다고 생각된다. 피고인은 경위야 어찌되었건 남한테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하여 지금까지 마음 속 깊이 반성하면서 수감 생활을 감내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일부 동문 기업인들로부터 활동비 지원을 받아들이
게 된것은 오로지 대통령에게 민의를 제대로 파악해 국정에 참작하도록
하는 것이 자식으로서 아버님을 돕는 최소한의 길이라는 생각하에 주요
정책 결정을 앞두고 있거나 선거가 있을 때 등 수시로 여론조사를 실시
하면서 그 비용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을 뿐, 개인적인 축재나 사치를
위하여서는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
피고인은 또 여론조사 외에도 시중의 생생한 의견들을 수렴할 목적으
로 직접 믿을 수 있는 동문들 또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국정에 참고하
거나 반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얘기들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듣고자 하였는데, 그런것 중 일부가 그만 이 사건과 같이 청탁을 받은
것으로 오해받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물의만 일으켜온 국민들은 물론이고 오로지 국민
만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국정에 여념이 없는 아버님께도 크나큰 누를 끼
쳐 드리게된 점에 대하여 마음 속 깊이 사죄하고 있다.
피고인은 반년에 가까운 구금 기간 동안 심신이 극도로 지치고 쇠약
해져 온갖 육체적 병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구금
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면 피고인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심신의
폐해가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