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붕괴가 주원인 … 국민 92%, "차왈릿 총리 믿을수 없다" ##.

실롬거리. 서울의 종로에 해당되는 방콕의 중심지. 이 거리가 지난 10
월20일 정오, 인근에 근무하는 회사원, 주요 대학 학생 등 수만명으로
메워졌다. 이들은 태국 국기를 앞세우고 차왈릿 용차윳 총리의 퇴진을
부르 짖으며 차량통행을 막고 시위를 벌였다.

"정치 경제적 실정을 책임지고 물러가야 할 총리는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신헌법에 의거한 3가지 기본법을 총리가 약속한 내년 3월까지
끌 필요성이 어디에 있느냐. 1개월 내에 실행토록 해야 한다." "의회를
해산, 민주총선을 치뤄야 한다." "현행 48개 장관제를 신헌법에 명기된
35개 장관제로 개편,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 "정치인과 관료의 부정부
패방지책을 밝혀라".

시위자들의 목소리는 현장을 생중계한 라디오 전파를 타고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각 대학교의 총학생회장들은 태국의 '민주 성지' 민주탑 광장과 정부
청사앞에서 시위를 계속할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태국 군부 역시 총리
의 사퇴만이 '구국의 길'이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현 총리
의 사임은 초읽기에 접어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3개월 사이 '돈 값' 44% 떨어져.

문제의 핵심은 붕괴 일보 직전에 있는 경제상황에 있다. 지난 7월2일
바트화의 변동환율제 전환 이후, 대 달러 환율이 무려 44%나 평가절하
됐다. 이로 인해 소비세가 이미 25% 이상 인상됐다. 며칠 전에는 수입세
인상으로 유가가 다시 조절되면서 현재까지 45%나 인상됐다. 정부는 일
본을 창구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으로부터 1백72억 달러의 차관을
받아야만, 당 장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외채의 원금상환과 이자 상환 자금
확보 및 기본적 소비물가 상승요인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거시경제 지표의 붕괴는 서민생활로 직결되고 있다. 불황으로 인
한 채무 격증등으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10여건의 사업가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7월15일에는 태국의 유력 크롱타이 은행의 우돈타니 지점장
부부가 주택융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느껴 두 자녀와 아내를 살해하고 자
신도 권총으로 자살했다. 8월10일에는 현 차왈릿 총리의 친구이자 전
나콘파톰 주지사가 부동산경기 침체를 비관,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차왈릿 용차윳 총리가 지난 10월8일부터 3일간 관계 장관들을 대동하
고 차관 도입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태국이 상환 재원을 확보할만한 경제적 요건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즉답을 회피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실행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만 했다.

이에 차왈릿 정부는 귀국 후 막바로 유류 등 거의 모든 수입품에 20∼
30%의 수입세를 과세했다. 국민들은 이 정책이 물가인상을 부추기고 있
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
부분의 국민들이 차관이 들어온 후 현정부가 올바르게 사용할 것인가를
의심하는데 있다.

언론들도 일제히 정부에 포문을 열고 있다. 이곳 영자 유력지 방콕포
스트는 지난 9월부터 시사만평 등을 통해 총리 사퇴만이 정치·경제가
살아나는 길이라며 지금까지도 포문을 닫지 않고 있다. 9월 중순에는 신
헌법 통과를 주저하고 있던 차왈릿 총리에게 "통과 시키지 못하면 총리
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가지, 그의 사무실로 가서 가방을 챙겨 나오
는 일 밖에 없다"고 몰아세우더니, 최근에는 경제 실정을 일일이 지적하
면서 총리가 정부를 드디어 서커스판에 몰아 넣고 있다고까지 비난하고
있다. 또한 태국의 대표적 개혁지인 일간 레오나는 2개월이 넘도록 1면
에 반정부 기사만을 싣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방콕포스트가 국민 2천5
백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92.40%가 차왈릿 용차윳
총리를 신임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여기에 더해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6개 여당의 전 각료 48명은 총
리 없이 긴급 각료회담을 열고, 총리를 사실상 밀어내기(사퇴시키기)로
의견을 모으기까지 했다.

● "총리가 치매 아니냐" 주장까지 등장.

한편 제 2 야당인 '찻타이 파티'의 퐁폰 아드렛산 사무총장은 "차왈릿
총리가 정신병 환자일 확률이 있다"며 일단 전문의에 진단을 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와, 정가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그것도 적
어도 3명이상의 전문의에 진단을 받아 진단서를 공개해야 된다고 주장하
고 있다. 이는 몇주 전에 촌부리 국립병원의 안과전문의인 분송 반니치
피자룬그랑 박사가 "차왈릿 총리는 아마도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레이건
이 앓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치매를 앓고 있을지 모른다"고 한 말을
뒷받침해 주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는 모습이다.

이에 관가에서는 왕의 권한을 일부 대행할 수 있는 2명의 추밀원 회
원중 1명이며, 태국 내 단 1명뿐인 '나타부롯(국민적 영웅이라는 작위)'
인프램 틴술라논다를 거국내각 총리로 추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또한
정가에서 물러난 전 방콕시장인 잠롱 스리므앙도 정계에 재진출하려 하
고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현 연립내각의 제 2당인 '찻파타나 파티'의 당
수이며 현 부총리인 찻차이 추나반 전 총리가 유력시 되고 있는 시점이
다. 그러나 이 또한 차왈릿 총리의 '신열망당'과 같은 통속으로 보는 국
민들의 시선이 있어 정치안정과 경제회복 능력 여부에 신뢰감을 주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차왈릿 총리는 정권을 내놓으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억측이 떠돌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움직이는 보석 진열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차왈릿 총리의 부인이
어떻게든 자기 남편을 총리직에 적어도 1년 동안 더 머물러 있게 하려하
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총리 스스로가 사태의 심
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인 경제회복은 불가능한가. 지금 현재
로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불꺼진 외무성, 산업성, 재무성
건물들. 내일이면 자리를 떠나야 하는 장관들.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태국 상권을 장악한 화상들도 "어디를 가나 내 나라, 어디를 가
나 남의나라"라는 말민 되뇌이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는 내 나라,
못 버는 나라는 남의 나라라는 뜻이다. 지금 태국은 그들에게는 남의 나
라가 된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은 태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
다.한국에서 태국에 진출한 업체에 근무하는 임직원 약 1백여명이 불황
으로 인해 귀국준비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동남아 국가로 넓
히면 줄잡아 8백∼1천여 가정이 조만간 철수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는게 이곳 대사관 관계자들의 얘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