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의 작가 이청준씨가 판소리 다섯마당을 다섯권짜리 동화로
만들었다. 흥부가, 수궁가, 심청가, 춘향가, 옹고집전을 초등학교 고
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 낸 '재미있는 판소리동화' 시리
즈를 파랑새 출판사에서 완간했다.

"판소리는 국민음악입니다. 문화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몸에
배어야 어른이 되어서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판소리를 동
화 형식으로 읽다 보면 언젠가 그위에 소리가 얹혀질 날이 있겠죠.".

서편제 이후 판소리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판소리는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또 어른들도 판소리를 안다
고 생각하는데 실제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작가는 안타까
워한다.

"본래 판소리 다섯마당에는 적벽가가 들어가죠. 그러나 적벽가는
중국이 배경이라서 요즘에는 많이 부르지 않아 옹고집으로 바꾸었습니
다. 수궁가의 무대도 금강산으로 바꾸는 등 한국 정서에 맞게 내용을
조금씩 손질했습니다.".

판소리는 뭐니뭐니해도 해학과 풍자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
이지만 교훈은 그 다음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제목도 '놀부는 선생
이 많다' '토끼야 용궁에 벼슬가자' '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 '춘향
이를 누가 말려' 등으로 재미있게 붙였다.

"애호박에 말뚝박고, 초상집 가서 노래하고, 선보는 자리에 가서
험담하고, 채소밭에 물똥 싸고, 우는 아이 보면 발가락 빨리고, 물동
이 인 여자를 보면 입맞추고 달아나고, 거지 보면 동냥자루를 찢고….
놀부의 인정머리 없기는 사흘을 내리 굶은 지리산 호랑이처럼 사나워
그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만큼 모진 위인이었
다.".

'흥부가'에서 놀부의 인간됨을 묘사한 대목이다. 어깨가 저절로 들
썩거리고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 나온다.

멋진 은발에 동안이 인상적인 작가의 눈길이 한껏 부드러워진다.판
소리의 고장인 남도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로서 조금 빚갚음을 했다는
심정에서일까. "그래요. 해남이나 장흥에 가서 소리꾼에게 소리를 부
탁해 보세요. 고수가 필요하다는 말만 하면 여관집 주인도 달려오고
은행원도 뛰어옵니다. 누구라도 북채를 잡을 줄 알지요. 어릴적부터
가락에 익숙해 몸에 녹아 있기 때문이죠.".

그는 해외에 번역된 작품이 가장 많은 작가에 속한다. '이어도'
'당신들의 천국' '눈길' '흰옷' 등 9개 작품이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번역, 발간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소설가가 판소리 동화라는 이색적인 장르
에 손대게 된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판소리는 우리 민족의 몸속에
흐르는 원형질같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놔둔다고 되는 것은 아니
고 배워야 가락과 정서가 몸안에서 튀어나옵니다. 제가 이번에 하는
작업은 바로 판소리에 이르는 가교의 역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