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변의 숲이 변하고 있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들
이 도심을 둘러싼 그린벨트 지역의 얕은 산에 내려앉으면서 나무의 정
상적인 생장을 방해해 숲의 식생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큰 키 나무
와 작은 키 나무, 그리고 초본류가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면서 공생하
는 정상적인 숲의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염에 강
한 팥배나무나 때죽나무들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아래쪽 나무
그늘의 작은키 나무와 초본류 군락은 사라지는 형편이다. 또 서울 외
곽 그린벨트의 토양도 심각한 산성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계에 있는 표고 2백93m의
대모산.

서울여대 이창석 교수가 지도하는 생태교실 현장답사팀 20여명은
대모산 식생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산을 올랐다. 서울에서 거의 유일한
집단판자촌인 구룡마을을 지나 산기슭을 오르면서 금세 때죽나무 군락
을 만날수 있었다.

이 교수는 "때죽나무는 공단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종
으로, 전남 여천공단 야산에서도 군락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3∼5m
키로 자라는 때죽나무는 종자 생산력이 왕성하고 성장이 빨라, 오염이
심하거나 인간의 간섭이 강한 지역을 순식간에 점유하는 특징을 갖는
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20여분간 가파른 경사길을 거쳐 능선에 오르는 동안 군락은
때죽나무에서 팥배나무로 바뀌었다. 능선부의 팥배나무들은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신갈나무 틈새를 가득 메웠고, 팥배나무로 인해 햇빛이
차단된 탓에 숲속은 어두컴컴했다.

이 교수는 "대모산 정상부위에서는 팥배나무들이 신갈나무들을 밀
어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갈나무는 우리나라 산림을 대표하는 전
형적인 극상림 수종. 식생천이가 정상적이라면, 팥배나무가 나타난 다
음에 신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그 후 숲의 식생은 안정화 단계에 접
어든다. 그런데 대모산 숲은 신갈나무에서 팥배나무로 바뀌는 거꾸로
된 천이과정을 밟고 있다. 이 교수는 "서울 남쪽 관악산과 청계산 등
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팥배나무 군락지의 특징은 때죽나무 군락지와 마찬가지로 군락 아
래쪽의 관목류와 초본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점. 빽빽하게 들
어선 나무들이 햇볕을 모두 차단해 당단풍, 참회나무, 그 아래쪽 철쭉
과 초본류 등으로 구성되는 수림의 중층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실제
대모산 능선의 팥배나무 군락지에서는 낙엽들이 바닥에 깔려 있을 뿐
1∼3m높이의 작은 키 나무나 초본류 풀숲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서울의 도심하늘에 돔 형태로 떠서 머물러 있는 대기오
염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외곽 그린벨트 지대로 가라앉기 때문으로 분
석했다. 빌딩숲과 아스팔트때문에 데워진 공기층은 자동차 배기가스
등 오염물질과 함께 서울의 도심 상공으로 올라가 머물게 된다. 오염
물질로 가득찬 뜨거운 공기층은 지표면 및 상공의 차가운 공기층 사이
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꼼짝 못한채 정체해 있으면서 하늘을 덮는 '기
온역전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때 주변 그린벨트의 비교적 찬
공기가 서울도심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서울외곽 지대에서 공기의 와류
가 형성되고, 이 공기의 흐름을 타고 오염물질들은 그린벨트 지대로
가라앉게 된다. 서울의 오염된 공기가 하늘 높이 확산되지 못하는 상
태에서 옆으로 삐져나가 외곽 산림지대를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런 이유때문에 신갈나무 군락은 약화되고 오염에 강한 때죽나무나 팥
배나무 등은 득세하게 된다.

이 교수는 최근 서울지역 3백20곳의 토양샘플을 채취해 산성화 정
도를 측정한 결과, 이같은 '그린벨트의 산성화현상'을 일부 확인했다.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남산이나 외곽의 그린벨트 지대인 우면산, 구룡
산, 대모산의 산성도(pH)는 대체로 4.8∼5.0이었다. 정상적인 토양의
산성도는 5.5 수준으로, 북한산과 수락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서울대부분 지역이 5.0 미만의 산성도를 보이고 있다.< 한삼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