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총재는 24일 김영삼 대통령도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청산 대상'임을 분명히 하며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회담을
거부했다. 22일 탈당요구로 김 대통령과 선을 그은 이후, 첫 포문을 연
것이다.
그는 이날 '정치혁신 선언 지지대회'에 참석,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유보와 관련, 김 대통령과 김 총재간의
야합설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느닷없이 유보되고 대통령이 국
민회의 김 총재와 단독회담을 하면서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정치개혁을 (두사람의) 정치적인 야합으로 끝내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많은 국민들이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에
서 김 대통령과 김 총재가 회동을 하는 비슷한 시각에, 두사람을 '부패
정치' '낡은 정치'의 대상으로 싸잡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총재측은 향후 두사람의 야합설에 대한 공세를 단계적으로 높여
나갈 방침이다. 한 측근은 "국민회의 김 총재가 검찰의 수사유보 발표
하루전인 21일 그 내용을 알았다는 보도가 있지 않았느냐"며 "우리는
청와대와 국민회의간 물밑거래 사실에 대한 제보들을 입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측은 김 대통령이 김 총재와 야합할 수밖에 없는 배
경에는 92년 대선자금이 있다고 보고, 이를 정면으로 문제삼을 방침이
다. 또 다른 측근은 "최근 국민회의에 입당한 엄삼탁 전안기부기조실
장이 92년 대선때 김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의 명세서를
국민회의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또 당 분란의 책임도 김 대통령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당의 분란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탓하기 이전에 해결해
야 할 책임은 김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3일 초선의원
들과의 오찬에서 "대통령이 '더블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받
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김 대통령의 '이중 플레이'가능성을 거론했었
다. 이 총재측은 김 대통령이 그동안 이인제 전지사를 변칙적으로 지원
하기 위해 당내 분란을 원격조종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 대선은 김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가 아니라
진정한개혁을 위해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해, 자신은 김
대통령의 승계자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