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함영준기자】동남아 금융위기에도 꿈쩍않던 홍콩의 금융시장이
드디어 초비상사태를 맞았다.
우선 홍콩의 증권시장이 붕괴 직전의 상황이다. 홍콩주가는 23일 개
장하자마자 무려 16.69%가 빠져 장내 분위기는 비관에서 거의 공포 수준
으로까지 변해갔다. 이날 오전 11시21분에는 9938.50 포인트까지 떨어져
1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1만선이 무너져버렸다. 사상최고의 기
록을 나타낸 지난 8월7일(지수 1만6천6백73)과 비교해볼 때 불과 77일만
에 주식가치가 40%나 절하돼 버린 것이다.
홍콩 주가는 금주 첫날인 20일 13601.01에서 시작해 22일 11637.77을
기록, 3일간 15% 이상의 폭락세를 보였다.
홍콩 외환시장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동남아 외환시장을 공
격해 큰 성공을 거뒀던 '큰 손'들이 몰려들어 지난 14년간 고정돼온 '미
화 1달러=홍콩 7.78달러'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현재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현재의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홍콩 선물시장에서 홍콩달러의 대미환율(1년후)은 이미 '미
화 1달러=7.9홍콩달러', '미화 1달러=8.02홍콩달러'로 하락하기 시작했
다.
잘나가던 홍콩 금융시장이 요 며칠새 붕괴직전까지 직면하게 된 직접
원인은 홍콩달러의 실제가치가 고평가돼 왔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83
년 미국달러와의 연동 시스템을 채택, 그동안 줄곧 '미화 1달러=7.78 홍
콩달러'로 고정화시켜온 결과, 홍콩달러는 구매력 등 모든 면에서 너무
비싸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계에서의 일반적 평가다.
인근 동남아 국가들도 홍콩과 같은 대미고정환율제를 유지하다 결국
지난 7월 무너져버렸고 환율폭락사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동남아 금융위기는 드디어 홍콩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홍콩의 금융시장이 '제2의 동남아' 상황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해 있다.
이에따라 홍콩 당국도 홍콩달러 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통화시장에
개입, 은행금리를 상향조정함에 따라 증시에 있던 돈이 은행쪽으로 빠져
나가면서 주가급락사태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오전 증시의 폭락사
태도 홍콩 금융관리국이 환투기세력에 대한 반격조치로 홍콩은행간 초단
기 금리를 인상시키면서 일어났다. 홍콩은행간 초단기금리는 이날 전날
의 6%에서 22∼25%로 2백50% 올랐고, 3개월 금리는 10.6071%에서 무려
37.28571%로, 1개월 금리도 10.7143%에서 47.5%로 급등했다.
홍콩 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율을 신경쓰다 보면 증권이 위험해지고
증권을 신경쓰다 보면 환율이 위험해지는 식"이라면서 "이 모든 것이 홍
콩정부가 무리하게 기존환율을 유지하려고 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
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