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대선후보 연쇄회동 계획은 23일 낮 12시 10분쯤
전격발표됐다.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관심은 22일 신한국당 이
회창 총재로부터 탈당 요구를 받고 '당적 보유는 당원의 자유'라고
일축했으나,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몰렸었다.
이에 대해 이날 오전 김광일 정치특보는 "대통령이 폭넓게 여론
을 수렴하며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겠느냐"고 운을 뗐다. 김 특보는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김용태 비서실장이 뭔가 발표를 할 것"이라고
귀띔을 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기자들에게 "발표할 것이 없다"며
시치미를 뗐다.
기자들은 조홍래 정무수석 방으로 모여들었으나, 조 수석은 집무
실에서 뭔가 작업을 하면서 접견실에 기자들을 1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다가 11시50분쯤에야 보좌관을 통해 "잠시후 춘추관에 가서 발표
를 하겠다"고 예고를 했다.
조 수석은 12시10분쯤 춘추관에 나타나, 연쇄회담 계획을 발표
하고 "오후부터 시간 형편에 맞는대로 각당을 돌며, 회담 일정을 협
의하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날 국민회의, 신한국당, 자민련, 민주당, 이인
제신당 순으로 돌아 순방 순서에도 눈길이 모아졌다.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는 오후 2시20분쯤 찾아온 조 수석을 20여
분간 비공개로 만났다. 조 수석은 이 총재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
나 "경제문제와 대선정국 등에 대한 각당 대표의 의견을 듣고 국민
에게 걱정을 안끼쳐 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 총재의 어제 기자회
견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25일 면담일정은 청와대측에서 제시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도 실무 차원에서 각당 후보들의 일정을 파악하고 있으니
까…"라고 말해, 사실상 시인했다. 윤원중 부실장 겸 기획특보는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개별회동은 하지 않겠다고 하더
니…"라고 말해 김 대통령이 갑자기 각 후보들과 개별 연쇄회동을
하기로 결정한 의도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조 수석이 돌아간 이후
이 총재측은 일정 등을 이유로 청와대측과 다시 연락, 날짜를 11월1
일로 옮겼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회담 제의 사실이 전해지자, 즉각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총재는 오후 2시쯤 당사를 찾은 조 정
무수석과 10여분간 당직자들과 함께 만나 "대통령은 건강하시냐, 요
즘도 조깅을 하시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김 총재는 "김 대통령은
운동을 가장 많이 하는 분 중 한 분이다. 청년같은 몸을 갖고 계신
다"고도 했다. 이어 조 정무수석이 "대통령께서 내일 조찬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하자 김 총재는 즉석에서 수락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조 정무수석을 5분여간 따로 만난 뒤
회담 여부는 추후 보자는 입장을 전했다. 안택수 대변인은 "김 대통
령이 당면하고 있는 시국 현안에 대해 도움 말씀을 27일 오전 들었
으면 한다는 뜻을 조 수석이 전해왔다"며 "김 총재는 며칠 시간이
있으니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안 대변인은 "김 총재가
갈지 안갈 지는 급변하는 시국 동향과 김 대통령과 김대중 총재의
만남 등을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순 민주당 총재는 조 정무수석과 5분 정도 가볍게 얘기를
나눈 뒤, 주위를 물리치고 10여분간 따로 만났다. 조 총재는 그 뒤
기자들에게 "민주주의는 대화의 정치 채널을 넓혀야 가능성을 볼 수
있고, 의사를 조정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대선 후보들을 개별적으
로 초청해 얘기를 듣겠다고 하신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환영
했다. 조 총재는 그러면서 "대전과 광주 TV토론(28일)을 마친 뒤 회
담 일정을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칭 국민신당의 이인제 전경기지사는 청와대 개별회동에 대
해 "경제현안과 선거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당당히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황소웅 대변인도 "경제위기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겨달
라는 말과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달라는 두 가지 얘기를 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지사의 한 측근은 "김대중 총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이 전지사 뿐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킬
것"이라고 말해, 여권의 대선승리와 관련한 깊숙한 얘기가 오갈 것
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