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원 암살에 야당거물들 관련" 내용...2명 고발당해 ##.

'파리=김광일기자' 프랑스는 희대의 금서 파동에 휘말려 있다. 파리
법원은 지난 10일 '얀 피아 사건'이라는 책에 대해 오는 24일까지 판매및
배포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사법부는 한 정적 암살 사건에 현 야당 지도자들이 연루돼 있다는
책 내용을 문제삼았다.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못했다는 이유다. 앙드레
루조, 장-미셸 베른 등 두 저자는 자칫 쇠고랑을 찰 운명에 처해있다. 책
을 펴낸 출판사 플랑마리옹도 비슷한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 저자들은 파
리 법원이 지정한 이달 24일까지 책 내용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명예훼손
으로 인한 손해배상와 아울러 형사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지난 94년3월 발생한 프랑스 여성국회의원 얀 피아의 암살
사건에 현 프랑스 야당 지도자들이 연루돼 있다는 '폭탄'을 담고있다. 프
랑스정가가 술렁거린 것은 물론이고, 플랑마리옹사가 비중있는 책만을 고
집한 명망있는 출판사였기 때문에 독자들은 더한 충격을 받았다.

루조씨는 풍자 및 폭로 전문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의 현직 기
자고, 베른씨는 프리랜서 언론인이다.

이 책은 현재 프랑스 제2의 우파정당인 프랑스민주동맹(UDF) 당수
프랑수아 레오타르, 마르세유 시장 겸 하원의원으로 역시 UDF 중진인 장-
클로드고댕 두 사람이 피아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시사'했다. 문제의 책
은 레오타르와 고댕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전후 정황으로 미
루어 누구나 두 사람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게 씌여 있다.

저자들은 프랑스 군정보국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을 인용, 프랑스
남부 바르도출신의 UDF 소속인 피아 의원이 같은 당 소속 두 지도자의 지
시에 의해 피살된 것 처럼 서술한 것이다.

피아 의원은 살해될 당시 바르 지역 고위 인사들의 부패 스캔들을
조사중이었으며, 이들이 인접 이탈리아의 마피아 조직과 연계돼 각종 부
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규명하던 중이었다.

레오타르씨 등은 책이 출간되자 즉각 "정치적 음모"로 일축하면서
저자 2명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얀 피아 의원의 유가족들은
"그렇지 않아도 석연치 않았던 부분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두
용기있는 기자가 진실을 파헤쳐주었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책 내용을 놓고 그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좌우 정파가 엇갈려 설
전을 벌이며 국론이 휘말리는 상황에 이르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까지 개
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한낱 몇몇 개인의 명예훼손 여부에 관계된 문제
가 아니라 "프랑스라는 국가의 민주주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시라
크 대통령은 말했다.

이러한 혼란 중에 책은 불과 일주일 동안 6만 권이 팔려나갔다. 출
판사는 즉각 재판에 돌입했고, 법원의 배포 중단 판결 이후에도 암암리에
거래되기도 했다.

렉스프레스, 누벨옵세르바퇴르 등 중량있는 시사주간지들은 플랑마
리옹사가 '얀 피아 사건'의 발췌 초록을 미리 주겠다는 제의를 해왔으나
책 내용이 의심스러워 거절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법원 판결 여부에 관
계없이 저자와 출판사는 '한탕'을 노렸던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만약 책 내용이 허위로 밝혀진다면 이번에는 프랑스 출판계와 출판
시장의 실상이 드러날 참이어서 독자들에게 돌아갈 '문화적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