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전대결, 수습 물건너가...최악의 경우 분당 불가피 ##.

동지에서 적으로.

신한국당의 양대 기둥인 명예총재와 총재가 서로 적대하면서 전쟁
을 시작했다.

이회창총재는 검찰의 김대중 비자금 수사 연기에 반발하면서 당 명
예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을 향해 "당을 떠나달라"고 요구했고, 김 대통령은
"못나간다"고 맞섰다.

한 쪽에선 있어봐야 짐만 되니 제발 나가달라는 것이고, 다른 한
쪽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이다. 사태는 두 사람이 같은 배를
탄 채 싸운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굴러가고 있다. 도대체 신한국당
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 총재측은 분당까지 각오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자신을 따르겠다는 사람들과만 같이 하겠다는 의지이다.

반면 김 대통령측은 안에서 버티면서 뒤집기를 시도하겠다는 전략
인 듯 하다. 화해는 이미 물건너간 국면이다. 따라서 신한국당의 장래
는 양측 싸움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좌우되게 됐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간 투쟁의 성패는 명분과 세를 어느 쪽이 쥐느
냐에 달려있다. 이 총재측은 명분과 세 모두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한
다. 김 대통령이 검찰에 김대중 비자금 수사 연기를 지시한 것은 비자
금 수사의 여파가 자신에게도 쏠릴 것을 우려한 때문이므로 국민적 지지
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김 대통령이 그 동안 이 총재를 지지하는 것처럼 하면서, 김대
중 총재나 이인제전경기지사 쪽을 기웃거리는 등 이중 삼중 플레이를 해
온 것이 드러난 만큼 도덕적으로 비난받게 될 것이란 주장이기도하다. 이
총재측은 당내 세 분포로 볼 때도 후보교체파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한
다.

김 대통령쪽 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연
기를 지시한 사실부터가 없으므로 이 총재가 애당초 싸움을 잘못 걸었다
는 주장이다. 또 본질적으로는 대선을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
에 제 1야당총재에게 칼을 대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며, 그런 요
구가 다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이 총재가 여권 내부에 이렇게 큰 불을 질러놓고 수습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도력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당내
지지가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양측 역시 다수
를 장악하기 위해 힘을 쏟아붓고 있다.

이 총재측은 우선 당내 다수파인 민정계의 결속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계를 통해 들어왔지만 보수성향이 강한 신인들을 모두
묶어 튼튼한 동조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김 대통령
쪽은 민주계를 넘어 주류 내부의 이완까지를 겨냥하며 내부 투쟁을 전개
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이 총재를 흔들어 주저
앉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전쟁의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싸움에서 이 총재가 이기면 그는 여권의 확실한 리더로 부
상하게 된다. 후보교체파들은 탈당 등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점에서 이 총재는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이
게임에서 패배하면 이 총재는 급속히 몰락하게 돼 있다.

그러면 여권내에서는 이인제 신당, 민주당과의 신 3당통합론이 다
시 부상하고 대안론도 비등할 것이다. 최악은 승패가 갈라지지 않고 대
선 때까지 싸움이 팽팽하게 갈 경우이다. 그 때는 사실상 대선은 포기
한채 대선 패배 이후의 당권을 놓고 양측이 처절하고 노골적인 전투를 하
게 될지 모른다. 총체적 위기를 맞은 여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