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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초당 칡냉면' 오일섭(35)씨는 어느새 '밤'박사
가 됐다. 요즘도 밤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 연구에 몰두해 있다. 식당
도 나날이 번창해 이젠 어엿한 사업가다. "10월 말이면 간판을 '율촌'
으로 바꾸게 됩니다.

"내년쯤에는 체인도 낼 생각이지요." 오씨에겐 자랑거리가 한가지
더 있다. 쟁쟁한 식당 멤버다. "주방은 외사촌동생이, 카운터는 아내가,
손님 대접은 처형이 전담합니다." 아르바이트로 일을 돕는 아주머니 두
사람을 빼면 '가족사업'인 셈이다.

하루하루 바쁘지만 가족 분위기는 더 밝아졌다. "대학 졸업 후 LPG
대리점을 할 땐 살림하는 아내와 말도 없이 지냈지요. 하지만 식당일
을 함께 하면서 새록새록 정이 드는 것 같습니다. 다툴 때도 있고 위
로해줄 때도 많지요.".

오씨 가족이 밤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5월이다. 식당은 96년 4월
'초당두부'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다. 강원도 강릉 초당마을에서
간수(짠물)를 가져다 만든 두부가 인기를 끌었다. 1년뒤 칡냉면과 밤
냉면으로 업종을 바꿨다. 경기도 양평에서 밤농장을 하는 친구가 권했
다. 생 밤을 가져다 찧고, 반죽하고, 뽑아서 밤가루, 밤면, 밤묵을
만들어봤다. 원하는 맛이 나올때까지 맛보고 뱉어내기를 몇십차례, 결
국 첫 밤전문 음식점을 열었다. 메뉴에 따라 밤 가루를 30∼70%씩 섞
어 만든다. 값은 칼국수 5천원에서 밤 갈비찜 1만2천원까지.

"하루 3백여명이 찾아드니 점심땐 미리 예약하고 오는 게 좋습니다."
테이블이 22개나 되지만 밤 맛에 길들인 단골 손님이 넘쳐난다. 정씨
는 쫄깃한 면발, 조개와 멸치가 우러낸 시원한 국물을 밤국수의 매력
으로 들었다. 하지만 밤냉면에 들어가는 육수 비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씨 가족에게 "밤이 어디에 좋으냐"고 물으면 대답이 끊임없이 이
어진다.

"신선하고 담백한 음식이란 건 동의보감에 나와 있어요. 설사, 구
토, 위암, 기관지, 허리나 다리 근육에 효과가 있고…." < 이종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