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16일 김해 김씨
종친회 행사인 추향대제에 함께 참석했다. 국민회의는 한때 이날
행사를 계기로 양김총재 회동을 성사시켜 후보단일화 문제를 담판
지을 계획이었으나 비자금 정국이 터진 이후 사실상 포기했다.

비자금 파장 탓인지 이날 두 김총재 간에는 오히려 서먹서먹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이런 분위기는 오전 김포공항 귀빈실에서부
터 감지됐다. 두사람은 악수를 나누며 인사말을 건넸으나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해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도 양 총재는
나란히 앉았으나 이렇다할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아니었다. 김대
중 총재는 신문을 들었으며 김종필 총재도 잠시 신문을 보다 잠을
청했다.

김해 서상동 김수로 왕릉에서 열린 추향대제에서 양김 총재는
보라색 제복과 황금색 관모를 갖추고 조상에 예를 갖춘 뒤 종친들
앞에서 즉석 연설을 했다. 이어 김영준 종친회장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단결하자"며 양 총재의 손을 잡고 흔들었으며 종친
들 일부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종필총재 주변에 있던
시민들중에는 "양보는 안됩니다"고 외치는 이도 있었다고 자민련
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며 현장 상황을 공개했다.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이 'DJ 일색'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차단하려는 의
도였다.

또 당초에는 이날 조상에게 후손들의 대선 출마를 알리는 고유
제가 계획됐으나 '단일화 협상 국면이 마무리된 뒤 보자'는 김종
필 총재측 의견과 '종친회가 정치 행사가 돼서는 안된다'는 종친
회내 신한국당 의원들의 난색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
는 신한국당에서도 김용갑, 김영일, 김무성 의원등 7∼8명이 참석
했다. 이들은 행사장에서의 양김 총재 연설을 반대하기도 하는 등
종친회행사가 야당판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견제했다고 한다. 종친
회 행사마저 대선 싸움에 휘말려들고 있음을 보여준 한 장면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