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1/3지역이 이상기후...곳곳 흉작-홍수, 11월말 피크 예상 ##.

엘니뇨의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지구를 뒤덮고 있다.

지구상의 대표적인 건조지역으로 꼽히는 칠레에 10년만에 최대의
폭우가 내리는가 하면, 호주에선 목장주들이 가뭄으로 물과 목초가 부족
해지자 가축을 무더기로 도살하고 있다.

폭우로 18명의 희생자가 난 칠레를 비롯, 남미에선 5개국이 이미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볼리비아는 남부 추키사카주(주)와 포토시주를
재해 지역으로 정했다.

지난달 카리브해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린다'는 북상 도중 동쪽으
로 휘어 미국 서해안을 덮쳤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추정되는 '린다'의 진로 이탈은 기상 관측이 시
작된 이래 초유의 일로 기록됐다.

반면 8∼9월이면 통상 7∼8 차례 허리케인이 몰아치던 대서양에선
올해 같은 기간 단 한 차례만 허리케인이 발생, 폭풍전야의 음침한 고요
를 연상케 한다.

엘니뇨로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은 파푸아 뉴기니에선 식수부
족과 흉작으로 지난달 이미 8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네시아 삼림지대의 대규모 화재도 엘니뇨가 비를 몰고 오는 정
상적인 몬순 기후를 가로막고 있어 한달째 꺼질줄 모르고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엔 가뭄이 덮쳐 옥수수밭이 바짝바짝 말
라 들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엘니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동아시아 지역도
이번엔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북쪽에서 가뭄으로 농지가 말라가는데 남쪽에선 홍수로 농
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가뭄도 학자들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달 발생한 태풍 '올리와'는 통상 진로보다 서쪽으로 방향
을 트는 바람에 한국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올리와'의 탈선은 30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이변이다.

각종 위성자료는 이번 엘니뇨가 지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
이상기후를 야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계절 변화를 제외하면
지구의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 단일요인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지난 82∼83년 전세계적으로 2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엘니뇨이래 지금까지 아시아와 엘니뇨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학자들은
기존 견해를 속속 수정하고 있다.

이들은 태평양에 형성된 거대한 난류대가 지난 3월이후 점차 영역
을 넓혀 이젠 미대륙 크기에 이른다는 사실을 들어 1백50년래 최악의 엘
니뇨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태평양의 난류대는 지난 넉달동안 3분의 1이상 덩치가 불었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적도부근 태평양의 수온은 예년에 비해 이미
3.1도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82년 11월 월평균 수온이 예년에 비해 3.3
도 상승한 것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이 되면 수온이 82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이 분주해졌다. 남아공은 일
찌감치 엘니뇨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 각료회의를 설치했고 미국도 대책마
련에 분주하다.

미국 앨 고어 부통령은 14일 캘리포니아 등 서부의 각 주 책임자들
을 만나『엘니뇨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단결하면 극복할 수 있다』며 각
오를 다졌다.

폭우와 산사태, 홍수로부터 가정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엘니뇨 대
책 정상회의도 이날 샌타모니카에서 열렸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엘니뇨
가 금세기 최악으로 기록된 지난 82∼83년보다 더 큰 피해를 낳을 것으로
예측한다.

약 1백3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낸 당시 엘니뇨의 최대 피해국은 페
루였다. 평소 강수량이 1백50㎜였던 페루의 일부 지역에 무려 3천3백㎜
의 비가 쏟아져 엘니뇨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제 이보다 더 거대한 엘니뇨가 학자들이 피크로 예상하고 있는
11월 말을앞두고 계속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엘니뇨가 일회성 엘니뇨에 그치지 않는다고 예측
하는 학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일부 학자들은 91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
승해왔고, 과거 40년간 10여 차례 발생한 엘니뇨를 비교할 때 최근에 올
수록 그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엘니뇨의 최근 사이클 변화를 지구 온난화의 증거
로 내세우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크고 더 무서운 엘니뇨가 잇따를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여시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