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협의설, 원격조종설… 이회창-강삼재 '단독 드리블'설도 ##.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비자금 사건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가운데 하
나는 청와대가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홍래 정무수석은 거듭
"우리측에서는 사전에 전혀 몰랐다. 철저히 당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할 뿐이다.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도 "선거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정국 전환 술수가 아니다. 한차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구
태 정치의 산물이다. 이제 새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론만 거듭
할 뿐 사건을 직접 다루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당사는 매일 시끌시끌하고, 다른 당 후보들도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판인데 정작 사건의 컨트롤 타워로 볼 수밖에
없는 청와대와 이 총재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래서 정가에서는 신한국당 폭로전의 주체 논쟁이 한창이다.

신한국당의 강삼재 사무총장은 "청와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
전에 보고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
고 있지만, 청와대의 사후 인지설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다수설이다.

DJ비자금이 92년 대선 자금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92년 대선 당
시 한 당사자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양해를 얻지 않고 과연 신한국당이
이번 사건을 터뜨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강 총장이 김 대통령의 직
계중 직계라는 측면에서 사전 보고가 없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당내에도 적지 않다.

● "이회창 낙마시키려는 처방" 해석까지.

만약 김 대통령이 사전에 알았다면 그의 의중은 무엇일까. 우선 김
대통령과 이 총재 협의설이다. 비자금 사건은 신한국당이 김 총재의 92
년대선 자금을 폭로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김 대통령의 대선 자금에 대한
보호막도 벗기게 된 꼴이 됐다. 92년 당시 기업들이 야당에 준 돈은
'보험금' 정도이지만 여당에 준 돈은 '투자금'이란 점에서, 김 대통령
의 대선 자금을 문제삼지 않고 김 총재의 대선 자금만 문제 삼는다면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
이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김 총재를 껴안고 사지도 불사하는 자세를 보
임으로써 이 총재에게 극적으로 활로를 열어주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
이다. 물론 김 대통령 대선 자금 문제에 대한 청와대측 공식 입장은
"신한국당이 제기했던 것처럼 야당이김 대통령의 대선 자금 수수에 대
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내면 몰라도 김대통령이 지난 5월 대국민 담화
에서 해명한 것으로 일단락된 것"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원격 조종설도 있다. 주로 야당측에서 나오고 있는 얘긴데,
청와대가 이번 사건으로 DJ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주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총재를 낙마시키려는 고단위 처방이라는 것이다. 폭로전에 대한 부정
적여론에 대한 책임은 이 총재가 떠맡을 수밖에 없고, 더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이 총재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
회의측은 "이번 사건으로 이인제 전 지사만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며
청와대측을 삐딱하게 보고 있다.

이 총재측이 청와대와 무관하게 '단독 드리볼'하고 있다는 설도 있
다. 이총재측이 과거 검은 정치 자금을 표적으로 삼아 3김 정치 청산
명분을 쥐기 위한 그랜드 플랜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을 주장하는 인사
들은 "이 총재가 새 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YS와 전쟁도 불사하려는 포
석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강 총장 주도설이 있다. 강 총장 스스로 "내가 책임지고
사건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총재도 보고만 받고 이를 승
인해 줬을뿐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별로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 청와대와 이 총재간 이상 징후는 드러나지
않고있다는 점이다. 10월9일로 예정됐던 김 대통령과 이 총재의 회동이
세간의 구설수를 의식, 취소됐을 뿐이다. 신한국당이 지난 10월10일 DJ
의 자금줄이라며 기업 명단을 발표했을 때도 청와대는 차분한 태도를
지켰다. 김 대통령은 핵심 측근들에게까지도 "전혀 몰랐다"고 할 정도
로 철저히 '무심'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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