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24)은 두 얼굴을 가졌다. 그는 지난해부터 음악 전문채널
m.net '리듬천국'을 이끌어가는 VJ(비디오자키)다. 신나게 춤추며
댄스곡을 소개한다. 하지만 땀이 식으면 전혀 다르게 변신한다. 캐
나다 CBC TV 서울 주재뉴스 리포터. 능란한 영어로 한국 대선정국
뉴스를 캐나다 시청자들에게 보도한다.
"기자와 VJ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전체 맥락을 재빨리 파악하고,
내용을 함축해 간단명료하게 알려야 하거든요." 최은영은 한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갔다. 어릴 때부터 뉴스를 즐겨봤다. 버
지니아주 윌리엄 앤 메리대학에 진학해서는 저널리즘과 인류학을 전
공했다. 졸업도 하기 전에 지역 방송국 기자로 뛰었다.
"명 앵커 바바라 월터스처럼 되는 게 꿈이었어요. 큰 물에서 현
장 경험을 쌓으려고 ABC와 CNN에서 인턴 기자 생활도 했지요." ABC
TV 인턴때는 다이언 소여가 진행하던 '프라임 타임 라이브'를 거들
었다. 자료를 모으는 허드렛일이었지만, 곁눈질로 많이 배웠다. CNN
에선 워싱턴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리포트하는 행운도 잡았다.
최은영은 96년 전기를 맞았다. 그냥 경험을 쌓아볼 생각에 나섰
던 'SBS 슈퍼엘리트모델' 해외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때마침 부
모가 '역이민'을 결심했다. "솔직히 갈등이 많았어요. 혼자 미국에
남을 생각도 했지요." 하지만 고민 끝에 "새로운 환경에 부딪쳐 보
고 싶어서" 한국행을 선택했다.
귀국하자마자, m.net로부터 비디오자키 제의를 받았다. 피아노와
기타를 만질 줄 알고, 노래 솜씨도 '가수 뺨친다'는 소리를 듣던 터
였다. "처음엔 연예인을 보는 한국 사회 시각이 걸렸지만, 막상 활
동해 보니 매우 역동적인 직업"이라며 좋아한다.
하지만 최은영의 꿈은 여전히 뉴스 앵커다. 작년 11월 CBC 도쿄
지국 문을 두드려 서울 주재 기자 자리를 따냈다. 지난 9월엔 이화
여대 국제대학원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국제협력을 전공하고 있다.
"목표를 정해놓고 한걸음씩 도전하는 게 즐겁다"며 활짝 웃는 젊음
이 싱그럽다. < 글 = 윤정호 · 사진 = 김창종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