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지식인들 사이에선 요즘 서방 언론에 대한 재평가론이 새삼 고
개를 들고 있다.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지 지난 8일로 1백일이
흘렀지만 당초 서방언론이 우려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나오는 이
야기들이다. 홍콩 사람들은 현재 우려 속에서 맞았던 '1백일'이 예상보다
도 순탄하게 지나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실 서방 언론 상당수는 중국 치하의 홍콩 상황에 대해 줄기차게 비
관론을 선도해 왔다. 작년 6월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주권회복 1년전
특집호를 내면서 문패로 달았던 '홍콩은 배반당했다'는 대문짝만한 제목
은 그러한 경향을 대변해주었다. 중국 치하에 들어가면 중국 지령대로 움
직이는 꼭두각시 정권에 의해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사회와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며 외국으로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기사내
용의 주류를 이뤘다.
그 시나리오들의 '키워드'는 불안과 억압, 두 단어였다. 중국 정부가
홍콩 인수를 위해 취하는 조치나 움직임 중 영국과 합의되지 않은 것들은
모두 '(홍콩에 대한) 억압적 조치'로 해석됐고, 이를 바라보는 홍콩사회
는 온통 불안한 것으로 묘사됐다.
반면 당시 영국 정부가 취하는 조치는 민주화요, 개혁으로 묘사됐다.
마지막 홍콩총독 크리스 패튼이 주권반환을 얼마 안남기고 뒤늦게 홍콩시
민들의 정치-사회적 자유를 확대하는 조치를 잇달아 시행할 때마다 민주
개혁조치로 칭송을 받았다. 지난 1백50여년 식민기간 동안 거쳐간 나머지
27명의 총독은 그동안 무얼 했으며, 홍콩의 민주화가 고작 주권 반환 직
전에 '지각실현'되고 있는 이유에 대한 반추는 없었다.
홍콩 비관론에 대한 서방 언론인들의 단골 대답은 "원래 언론은 부정
적 측면을 더 부각시키는 속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런 서방 언론들이라지만 미화 2만5천달러의 고소득을 자랑하는 홍콩에서
한달 소득 30만원(미화) 미만의 절대빈곤층이 전인구의 14%를 차지할 정
도로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사실은 즐겨 보도하지 않았다. 대학이 통틀어
불과 7개 밖에 안되는 사회적 불평등 현실에 대해서도 영국 통치기간중에
는 주요 이슈가 되지 못했다.
서방언론의 홍콩비관론은, 동양은 서양보다 후진적이다는 선입견에서
연유된 것은 아닐까. 북한의 극악한 인권상황은 애써 외면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인색하다고 한국을 비판하는 서방 언론의 시각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을 듯하다.< 함영준·홍콩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