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캐릭터 파괴. '금세기 마지막 호화 캐스팅'을 했다는
MBC 새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극본 김정수·연출 최종수)가 7일 시사
회에서 드러낸 특징이다. 드라마는 전형적인 홈멜로다. 한쌍의 결혼을
배경으로 양쪽 집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인생살이를 그려간다. 여기에
코믹 요소를 가미해, 여느 주말극과 비슷한 장치를 해놓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맛은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서 찾을 수 있을 것같다.
최불암 김혜자 최진실 박상원 차인표 송승헌이 예전과 다른 모습으
로 등장한다. 인자하던 최불암은 껄렁껄렁한 허풍선이 됐다. '사나이
넓은 가슴'을 트레이드마크처럼 입에 달고 다니며 뱃사람 특유의 배포를
과시한다. 장면장면 웃음짓게 하는 변신에는 그의 연륜이 배 있다. 차
인표는 재벌2세 분위기를 완전히 벗었다. 반반한 얼굴 하나 믿는 뺀들거
리는 육군 병장이 새 역할이다. '영웅반란'보다 더 편안한 표정이다.
부잣집 딸을 잡아 팔자 고치려는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싱그런 웃음을 선사하던 송승헌은 과묵한 터프가이가 됐
다. 제대로 된 연기는 처음이지만 신인답지 않다.
김혜자는 조그만 선물에도 감격하고 부끄럼타는 푼수 아줌마다. 미
시주부를 연기할 최진실은 '별은 내 가슴에'의 캔디를 뛰어넘어제 나이
를 찾았다. 장남의 고뇌를 안으로 삭이는 박상원도 제격이다.
심양홍, 양택조, 박원숙 같은 감초 조연들도 제 몫을 다하고 있어
드라마 전체가 견실하다. 다만 짙푸른 바닷내음을 풍기며 폭풍전야를
암시하는 인상적 타이틀에 비해 초반 전개가 느슨한 게 아쉬웠다.
첫 방송은 11일 오후8시.
< 윤정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