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준기자】 우리 노총에 해당하는 일본 랜고(연합:일본노동조
합연합회) 회장에 '샐러리맨풍 노동운동가'가 등장했다.
신임 랜고 회장으로 선출된 와시오 엔쯔야(59) 사무국장. 그는 향후
일본 노동운동계를 이끌어나갈 총사령탑이지만 전임 아시다 회장에게서
느껴지는 '투쟁과 권위'의 냄새는 별로 없다. 오히려 부드러운 외모와
기업체 사장같은 부르주아적 이미지마저 풍긴다. 일본 언론들도 그를
'오페라와 추리소설, 천체 관측이 취미인 노동운동가' '물 흐르는 듯 막
힘없이 쏟아지는 달변, 사근사근한 매너와 쾌활하고 천진난만한 성격'으
로 소개했다. 그는 랜고 사상 첫 동경대(경제학과) 출신 회장이기도 하
다.
하지만 그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철강노조 출신이다.
대학졸업후 야하타제철에 입사해 노조운동에 입문, 신일본제철 노련사
무국장 등을 거쳐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주력부대인 철강노조에서 평생을
바쳐왔다. 그는 87년 민간노조 중심으로 랜고를 발족, 89년 관공노조를
흡수하고 93년 자민당 단독정권 붕괴후 사분오열된 노동운동계를 규합해
오늘의 랜고를 이끌어온 주역의 한사람이다.
그는 랜고의 방향성과 관련, "노동조합의 원점을 지키겠다"고 선언했
다. "노조의 원점은 휴머니즘과 연대"이며 "약한 계층을 도와 공정,평등,
참가의 이념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것. 정치 참여와 관련해서도 사민당
(구사회당)이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결성하고 있는한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사민당이 하루빨리 연
립여당에서 나와 랜고가 지지 가능한 정당과 연대하길 기대한다"고 강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