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과 같다. 선진
국 업체와 후발국 업체들은 각기 앞선 기술과 낮은 가격을 무기로, 제한된
'떡'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극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97년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는 선진국 업체들이 차지한 '밥상'에
아시아 동구 남미 업체들이 '숟가락'을 끼워놓은 형국이다. 올해 세계
승용차 생산량은 약3천9백53만6천대(추정치). 이중 일본이 8백5만대(총생
산량의 20%)로 1위이고, 미국 5백82만대(14.7%), 독일 4백21만대(10.6%),
프랑스 2백46만대(6.2%) 순으로 세계시장을 분점하고 있다.

95년까지도 세계 승용차 시장에 크게 얼굴을 못내밀던 아시아 업체들
은 96년 3백89만대를 생산하면서 10%선을 처음 넘어섰다. 올해는 생산점유
율이 10.5%에 달할 전망이다. 러시아 폴란드 등 동구 국가들과 브라질 멕
시코등 남미 국가들도 생산 점유율을 5% 내외로 높이면서 '떡 나눠먹기'
대열에 끼여들었다.


구미 자동차 업계의 세계 자동차 생산자 '설비 과잉론'이 고개를 쳐
든 것은 후발국 주자들의 생산량 확대 시기와 일치한다. 영국 경제잡지 이
코노미스트지는 올 여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설비과잉 특집을 싣고, "96년
말 기준으로 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이 6천8백만대(승용차-상용차 합계)에
달해, 실제 생산대수 4천9백60만대를 1천8백만대 이상 초과했으며 이 결과
로 가동률은 적정 가동률(80%)을 크게 밑도는 72.9%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2000년대 자동차시장에 대한 구미 업계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자
동차시장 분석기관인 DRI 맥그로-힐은 올 2월 보고서를 통해, "2001년경
전세계 자동차(승용차-상용차) 생산능력은 7천7백만대에 달하고 생산대수
는 5천6백80만대에 그쳐, 설비과잉분이 2천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
다. 이같은 '생산폭발'로 인해 세계 자동차 업계는 평균가동률이 55%이하
로 떨어지고, 고정비 상승과 판매경쟁의 격화로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구미업계가 일본에 이어 경계대상국으로 삼고
있는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97년 현재 승용차 생산량 세계 5위인 한국
은, 2001년이면 프랑스를 제치고 4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상용차까지
포함하면 총생산대수는 6백만대를 넘는다. 게다가 대우 현대 등은 동구 남
미 동남아 등지에서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생산이나 합작사업을 통해
해외생산능력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여기에 다른 후발주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중국은 97년∼2001년 사이 생산능력이 1백50% 늘어날 전망이며, 남
미와 동구 국가들 역시 각각 85%와 40%의 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선진국 업체들이 '감량'과 '설비축소'의 길을 걷고있는 것과 반대로
후발주자들이 생산능력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은, 적정 생산규모를
확보하지 않으면 2000년대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10여
개 거대 업체만이 살아남는 상황에 대비하여, 2백만대 내외의 '규모의 경
제' 실현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시장확대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중국시장이 오는 2004년
까지 지금의 10배 이상(자동차 보유대수 약4천만대)으로 폭발하고, 남미
동구 러시아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확대되면 '설비과잉' 우려는 크게 줄어
든다는 계산이다.

'떡'의 분배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선진국 업체들, 떡 자체가 커
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후발주자들, 세계 2
백40여개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은 포연없는 생존전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