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치-침묵에 어릴때부터 익숙...스파르타식 교육법 제정 ##.
지난 9월4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필자가 읽은 책은 케임브리
지 대학의 고대사 교수를 지낸 A 존즈의 저서 '스파르타'였다.
거대한 병영 국가 스파르타의 역사를 다룬 이 책 날개에 다음과 같
은 내용이 실려 있다.
한동안 프리드리히 대왕의 궁전에 빈객으로 머물다 프랑스로 돌아
온 철학자 볼테르는 프러시아 궁전이 어떠하더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오전에는 스파르타, 저녁에는 아테나이 같았지요.".
볼테르는 그 특유의 재치로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두 도시국가의
분위기를 통하여 프로이센의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18세기
의 프로이센 궁전은 금욕적으로 육체를 단련하는 분위기와 자유롭게
정신을 단련하는 분위기를 아우르고 있었던 셈이다. 볼테르가 어쩐지,
프로이센에서 제3제국으로 이어지는 전체주의 독일과, 세계 제2차 대
전 이후의 독일 분위기를 예언한 듯해서 섬뜩하다.
필자가 비행기에서 '스파르타'를 읽고 있었던 것은, 마침 이 지면
에다 '스파르타의 아버지'로 불리는 뤼쿠르고스 이야기를 집필하고 있
던 중인 만큼 별로 공교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시간 주립대학교
에 도착하는 즉시 배정받은 아파트가 하필이면 '스파르탄 빌리지(Spartan
Village)'였던 것은 실로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의 아파트
관리 사무소가 다른 아파트는 모두 동이났고,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심해서 신혼부부 아닌 사람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는 '스파르탄 빌리
지'에만 한 칸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인연이거니 싶어서 열쇠를 받고
여장을 풀었다. 스파르탄 빌리지에서 쓴다.
플루타크는 스파르타인의 진정한 특기는 싸움질이 아니라 재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표현법은 지극히 명쾌하고 간요하다. 그들
을 이렇게 키운 것은 바로 스파르타식 교육이겠는데, 이같은 교육법을
제정한 입법가 뤼쿠르고스 자신은 대단히 과묵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훌륭한 입법가는 과묵한 법인가? 야훼에게 "저는 도무지
말재간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워낙 입이 둔하고 혀가 굳은 사람입
니다"('출애굽기 4:11')라고 고백한 것을 보면 히브리인들의 입법가
모세도 지극히 과묵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뤼쿠르고스는 교사들로 하여금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고 우아한 말씨
를 쓰도록 가르치되 최대한 짧은 말 속에 많은 생각을 담도록 했다.
화폐의 구매가치를 형편없이 떨어뜨린 뤼쿠르고스가 회화의 경제에 이
토록 관심을 기울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횡설수설할 양이면 차라
리 침묵을 지키게 했다.
뒷날 아테나이의 정치가 알키비아데스가 자국에서 추방당해 스파르
타에서 한 동안 머문 적이 있다. 플루타크의 다음과 같은 묘사는 스파
르타와 인근 국가 국민의 국민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알키비아데스는 스파르타에 있을 때는 늘 뚱한 얼굴을 하고 신
체를 단련하는 한편 검박한 생활을 실천했고, 이오니아에서는 사치를
즐기는 쾌활한 게으름뱅이였으며, 트라키아에서는 주정뱅이에다 난봉
꾼이었고, 페르시아에 있을 때는 페르시아인도 무색할 정도로 호방했
다.".
스파르타인들이 아테나이 사람인 그를 칭송하는 말에 뤼쿠르고스에
대한 스파르타인들의 애정이 드러난다.
"보라, 알키아비데스는 뤼쿠르고스가 깎아내기라도 한 듯한 스파르
타 인이다!".
한 아테나이 사람이 검박하고 과묵한 스파르타 사람에게 아첨을 떨
었다.
"나는 이래뵈도 '필롤라콘(Philolacon)'이라오.".
'필롤라콘'이란 '라케다이몬', 즉 '스파르타 애호가'라는 뜻이다.
그러자 스파르타인이 응수했다.
"차라리 '필로폴리테스(Philopolites)'가 되지 그러오?".
'필로폴리테스'란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라는 뜻이다. 아
테나이의 한 웅변가가 스파르타 인들을 무식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철학자 플리스토아낙스가 응수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You say true, Sir). 그리스 도시국가 사람들
중에 당신네들의 더러운 버르장머리를 배우지 못한 것은 우리뿐이니
까요(We alone of all the Greeks have learned none of your badqu-
lities)."한 스파르타 사람이 지나가다가 여러 기의 무덤을 바라보면
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덤에는 다음과 같은 묘비명이 새겨져
있었다.
"잔인한 폭정의 불길을 끄기 위해 셀리노스 전투에서 싸우다 죽다
(Seeking to quench a cruel tyranny, they, at Selinus, did in battle
die)."스파르타 사람은 혀를 끌끌 차면서 한마디 했다.
"죽어도 싸지(They deserve death)… 폭정의 불길이라면 끄려고 할
게 아니라 홀랑 타게 내버려두었어야 했던 것을(For instead of trying
to quench the tyranny, they should have let it burn out)….".
한 청년이 싸움닭을 자랑하면서 일단 붙으면 죽을 때까지 싸우는
닭이라고 주장했다. 한 스파르타 인이 이렇게 응수했다.
"이길 때까지 싸우는 놈이면 더 좋을 것을….".
아테나이와 엘리스와 스파르타, 이 세 도시 국가의 특성을 철학자
스트라토니코스만큼 적절하게 표현한 사람은 일찍이 없다.
"이런 법을 만들면 어떨까? 아테나이 인들에게는 종교 행사를 맡기
고 엘리스 인들에게는 올림픽 경기를 맡기는 법을… 그리고 신통하게
못해내면 스파르타인들을 불러다 두들겨 패게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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