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를 김포공항에서 만났다. '허영의 한복쇼'에 출연하느라 독일
로 떠나는 길이란다. 화장기 없이 해말간 얼굴이 여전한 '채시라'다.

연달아 환하게 웃고, 여전히 당당하고 똑 부러진다. 하지만 그렇게 봐
서 그런지, 웃음 뒤에 애증의 그림자가 옅게 드리워 있다.

"처음엔 파혼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한 1주일쯤 아
무 것도 못했어요. 이대로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채시라는 "인
간인지라 아직까지는 그 사람 생각이 나기도 한다"고 솔직히 말한다.
창피하기도 했고, 안절부절 마음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한다.

"사람들 시선이 제일 두려웠어요. 하지만 CF 야외촬영에 나갔더니,
수근댈 줄 알았던 팬들이 전보다 몇배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게 오히려 약이 될 거라고 주변에서 많이 격려해 주셨어요."
간간이 나도는 재결합설에는 단호하게 "아니다"고 못박는다.

그는 10월15일부터 방송되는 MBC TV 수목드라마 '영웅신화'(가제·
연출 신호균)에서 하영역으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신호균PD가 파혼기
사를 보자마자 그에게 작품을 함께 하자고 제의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변신 기회도 될듯 싶다. 여교사 하영은 집안 원한으로
상처받는 줄리엣이다. 여느 때보다 감정표현을 실감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참고 삭이는 성격입니다. 채시라도 원래 인내심 많은 여자라는 걸
이번 작품에서 보여드릴 겁니다." '여명의 눈동자'의 여옥, '미망'의
태임, '서울의 달'의 영숙, '아들의 여자' 채원이 그랬듯 '영웅신화'의
하영도 채시라의 한 얼굴이 되게 하겠다고 벼른다.

"참 이상하지요. 첫 연습에서 상대역 이창훈씨와 대사를 주고 받는
데 느낌이 달라요.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감정들이 가슴 속으로 다가오
더군요." 채시라는 아픔을 에너지로 발산할 줄 아는 여자인 것 같다.

< 윤정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