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영화 최대잔치인 선댄스영화제 수상작들이 각광을 받고 있
다. 선댄스영화제는 80년대 말부터 퀘틴 타란티노, 그렉 애러키, 로베
르토 로드리게스 등 숱한 스타 감독들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영화흐름을
주도 했다. 에드워드 번즈 '맥멀렌가의 형제들'같은 예외가 없지 않지
만, 선댄스에서는 동성애와 과도한 폭력, 섹스 등 자극적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유독 많다.
96년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토드 솔론즈 감독의 '인형의 집으로 오
세요'(3일 개봉)는 통념에 저항한다는 특성은 같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를 다룬다. 작은 눈에 안경을 걸치고, 항상 입을 벌리고 다니
는 못생긴 중학교 1학년 소녀 돈이 가족과 교사, 친구들 모두에게서 미
움을 받는 모습을 신랄한 코미디 형식으로 그린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소재를 가치전복적으로 그려낸 이 저예산영화
는 분명 걸작이라 부를 만하다. 거칠게 찍은 영화의 형식은 그런 내용
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토드 솔론즈는 코미디가 비극을 가장
파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형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영화는 어린이가 '인형'이 아니라고 외친다. 시종 발레복을 입고
춤추는 인형으로 그려지는 돈의 여동생 미시만이 사랑을 받는 것은 어
른들이 아이들을 아무런 욕망이나 갈등을 지니지 않은 인형으로만 여기
려 함을 뜻한다.
시기심에 사로잡힌 돈이 미시의 인형 목을 톱으로 자르는 섬뜩한 장
면은 인형이 될 수 없는 어린이의 분노이자, 인형이 되지 않겠다는 선
언이다.
돈은 끝까지 '미운 오리새끼'로 남는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
수'나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중 '백조'같은 배경음악이 백조가 될
수 없는 돈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종반부 "2학년이 되면 달라지겠지"라
고 묻는 돈에게 오빠는 "똑같아"라고 싸늘하게 대답한다. 현실을 외면
한 채, 쉽사리 미운 오리새끼를 백조로 만들어내는 할리우드영화의 해
피엔딩에 대한 조롱처럼 들린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내용, 형식에서 정반
대 지점에 서있다. 바보같은 돈의 행동과 그를 바보로 만들어가는 세상
을 그리는 장면장면이 웃음을 터뜨리지만, 그 웃음은 오래 쓴맛을 남긴
다. 기억이 과거를 미화할 뿐, 어린 시절은 한없이 쓰라린 시기일 수도
있다. < 이동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