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신천은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처럼 타원형인
대구 시가지를 수직으로 양분하고 있다. 서울 시민들이 강남북을 넘나들듯
대구 시민들도 12개의 다리로 신천 강동과 강서지역을 건너다니며 하루를
보낸다. 신천은 대구 사람들의 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강이다.

그런 신천이 요즘 최악의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 강변 오른쪽
둔치(고수부지)에는 도로 건설용 중장비들의 기계음이 요란하고 수십m의
콘크리트 옹벽이 삐죽이 올라온 곳도 있다. 강이라는 느낌이 도저히 들지
않는 신천이다.

수년전 신천 왼쪽 강변에 고속화도로(신천대로)가 생기면서 시민들이
신천으로 다가갈 수 있는 출입구는 반쯤 닫혀버렸다. 깨끗한 하천은 아니라
하더라도 시민들이 시내에서 유일하게 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이것이 차단된 것이다.

신천의 오른쪽 강변도 내년말쯤 고속화도로로 변한다. 그렇게 되면
신천변을 걸어보는 낭만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안 그래도 각박한 도시
생활이 더욱 메말라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다.

"서울 강남구 양재천과 경기도 의왕시 학의천에서는 강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대안들을 적용중입니다. 강변 콘크리트 블럭을

뜯어내고 예전처럼 갈대를 심었으며 물고기 산란장을 조성하고 가로수와

벤치도 만들었죠. 그래서 새와 나비가 날아들고 물고기가 서식하는 좋은

효과를 보는 것 아닙니까?"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생태학박사·50)회장은 "신천에서는
이와 반대로 사람을 떠나보내려는 사업이 진행중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신천 오른쪽 강변에 5차선의 고속화도로를 건설중이다. 강변
가까이에는 상가와 아파트단지가 있어 도로를 내려면 강변 둔치를 활용해야
한다. 둔치의 여유공간이 부족한 곳은 강까지 침범해 강물 위로 도로를
건설하게 된다. 둔치를 훼손하는 구간은 상동교∼동신교, 강물까지
침범하는 구간은 동신교∼경대교까지다. 둔치와 강물을 해치지 않으면서
도로를 건설하는 곳은 경대교∼침산교 구간 뿐이다.

시민들은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둔치에
콘크리트 옹벽이 올라오자 반응은 급변했다. "옹벽이 도로의 끝인줄 알았죠.
하지만 옹벽 너머로 5차선이 더 생긴다니 기가 막힙니다. 강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전국을 메아리치는 요즘인데 강물 위로 교각을 놓아 도로를
만든다는 게 말이 됩니까."(북구 산격1동 김혜리씨), "분위기가 있어야 강을
찾죠. 도로가 들어서면 강따로 사람따로가 될 게 분명합니다. 대구
공무원들은 강 보호에 여념이 없는 일본의 경험도 모르나요?"(수성구
수성2가 박진만씨)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신천변 도로건설에 반대하는 질의서를 대구시와
의회에 보냈다. 문희갑대구시장과 의회가 보내온 답변은
한결같았다. "도심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강변외의 다른 지역은 부지 확보가 어려우니, 부득이한 결정으로 알고
양해바랍니다."

대구 시민들은 시의 동화천 개발계획에 더욱 놀랐다. 금호강의 지류로서,
대구 인근에서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동화천을 신천처럼 콘크리트
블럭으로 감싸 주변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미 공사
설계가 끝난 상태다.

친수공간 확보를 위한 내무부의 소하천정비계획, 환경부의 그린네트워크화
계획 등 사람과 자연을 연결시키는 정책개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간의 자연개발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결과다. 그러나
대구에서만은 '도로를 내기 위해 강을 죽이는' 공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