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두식기자】작년 4월 한-미 제주도 정상회담을 통해 제안된 한
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4자회담이 다시한번 큰 위기를 맞았다. 19일 오후
(현지시각) 이틀간의 협상을 끝낸 2차 4자 예비회담이, 다음 회담 일정조
차 잡지못하고 일단 무기한 중단되는 사태로 막을 내린 것이다. 물론 이
번 위기는 작년 가을 북한의 잠수함 침투 사건 발생 때처럼 모든 대화가
막힐 만큼 파괴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점차 지난 1년 6개월
여동안 어렵게 이어져오던 '4자회담의 추진력' 자체가 점차 소멸되고 있
는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기에 위기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대화가 중단까지에 이른 첫 이유로는 먼저 북한의 장승길 전이집트대
사의 미국 망명과, 김형우 유엔대사의 망명설에 따른 소동으로, 북한측이
당장 어떤 양보안을 내놓기에는 심리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큰 이유는 북한 정권 내부에 있다는 분석들이다. 이번 회담
을 결렬로까지 몰고 간 구체적 사유인, 기본 의제 채택 문제를 그 예로
들수 있다. 북한은 4자 본회담의 의제로 ▲주한미군 철수 ▲미-북 평화협
정 체결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지난 40여년 이상 거듭해
온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간 4자 설명회나 예비회담같은 '4자회담의
틀안에' 들어온 것 자체로 이런 종전의 주장은 상당히 퇴색된 상태다. 결
국 자신들의 과거 선전과 주장이 일부 빛이 바랬지만, 완전히 탈색시키려
면 북한 정권의 중요한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4자회담을 자신들에 대한
'무장해제 기도'쯤으로 간주하고 있는 북한 군부 등 강경세력의 목소리를
누르는 작업이있어야 하는 데, 아직 그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뜻
이다. 북한 대표단들이 거듭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의 사전 식량지원 보
장'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바로 이같은 북한 정권의
정책적 무능과 외부에 대한 무지에, 잇단 현직 대사들의 망명 소동으로
조성된 경색된 분위기가 이번 회담의 결렬을 낳은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음 회담이 언제 어떤 형태로 재개될 수 있을 지는
점치기 어렵다. 한가지 지렛대가 되는 점은 북한의 식량사정이다. 김정일
이 북한의 현 식량난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국민을 배고픔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할 경우 회담은 적절한 시점에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이고 본격적인 식량 및 경제지원 약속이 기다리고 있는 4자회담
자체를 내팽개칠 만큼,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 연
말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등 한국의 정치일정을 북한이 어느 정도 주요한
변수로 여기고 있는가 하는 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4자회담 중단
사태는, 회담 진행의 동력을 식량 지원이라는 '땔감'에만 의존하고 있는
근본적 한계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