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준기자】 '일본의 핵 무장'은 가능한가. 아시아 주변국의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일본 핵무장 의혹은 몇 퍼센트의
확률을 갖는 것일까. 최근 가네코 쿠마오 도카이대학 교수가 출간한 "일
본의 핵, 아시아의 핵"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는 냉전이 끝
났지만 핵 문제는 여전히 지구상의 최대 정치문제라고 규정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었을 뿐 지구상에는 아직 2만발의 핵탄두가
존재한다. 미국과 러시아간의 제2차 전략무기 삭감조약(START2)의 발효
는 기약없이 연기됐고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은 아직 핵무기 감축을 논
의할 대화의 장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냉전 종식은 '핵 문제의 다극
화'를 심화시켰다고 그는 적었다.

"일본의 핵…"은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주변 지역의
핵 개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서두에 '12가지 핵
위기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일본의 정치 군사대국화에 자극받은 중국이 2000년대 어느날 일본
요코하마 앞 바다에 핵 미사일로 위협성 사격을 가한다', '한일관계가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급속히 악화, 한국군 경비대와 일본 해상자위대 간
에 돌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나면서 한국은 북한과 손잡고 일본에 핵 미
사일을 발사한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한 미국과 일본이
군사적 제재에 나서려는 순간 이를 감지한 북한이 특수부대를 투입, 일
본의 핵 발전시설을 선제공격한다', '한반도가 통일되면서 중국에 이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고 대만까지 핵 개발에 성공한다. 미국과는 통상마
찰이 증대되면서 핵 우산효과가 약화되자 일본은 독자적인 핵 무장에 나
선다'….

가네코 교수는 이런 시나리오들이 최근 몇년간 권위있는 안보문제 전
문가 및 연구소가 발표한 '미래 예측'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쏠리는 핵 의혹에 대해, 그는 "일리 있다"고 지적한다.
"핵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세
계 유일의 피폭국으로 스스로 60년대 핵 불보유 선언을 했으면서도 미국
의 핵 우산에 의존하는 정책을 고수하는 아이러니가 일본 핵 정책의 이
중성을 상징한다. 또 핵 개발 역량면에서도 일본은 향후 5년 이내에 5∼
10t의 플루토늄을 상시 비축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동북아 전문가 세
리그해리슨(전 카네기평화연구소 부장)은 전망했다. 여기에 일본은 첨단
로켓 발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8월 일본 우주개발사업단(NASDA)
는 국산 로켓 H2에 3.5t중량의 지구관측 위성을 실어 8백㎞ 상공 궤도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위성 대신 핵탄두가 장착된다면….

그러나 일본의 독자적인 핵무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
이다. 이유는 핵무장이 일본에게 '백해무익'하기 때문. 주변국과의 관계
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키고 아-태 지역 전략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핵
무장에 찬성할 사람은 적어도 양식 있는 일본인 중에는 한사람도 없다는
진단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본 내에 "언제까지나 미국의 핵 우산에 의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핵주권론'이 공존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아시아를 '21세기의 핵 기지'라고 표현했다. 급격한 경제발전과
인구팽창에 수반되는 에너지-전력 소비는 아시아의 주요국들에 원자력
발전을 '강요'할 것이고, 이들 나라가 지금 계획중인 원자로 건설이 예
정대로 추진될 경우 2030년까지 아시아 전체엔 1백50∼1백70기의 원자로
가 들어선다.

이는 전세계 원자로의 3분1이 아시아에 집중되는 것. 그러나 원자력
발전이 확대되면 원자로 안전성, 방사성 폐기물 관리, 핵확산 위험 등
복잡한 문제가 수반된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핵을 '판도라의 상자를 튀
어나온 차세대 에너지원'이라고 명명했다.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이
란 원자력의 양면성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21세기 아시아에서 최대 과
제로 등장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언이다.

그는 책 후반부의 상당부분을 '아시아 비핵화 구상'에 할애했다. 핵
문제를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에만 맡겨두지 말고 국민적 논의의 광장으
로 끌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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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가네코 쿠마오 교수는 일본외무성 초대 과학원자력과장을 지낸
외교관출신의 핵문제 전문가.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연구국장 등을 거쳐
현재 도카이대학 교양학부 국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핵군축-원자력외교연구회 회장직도 맡고있는 그는 특히 핵위험을 통
제하기 위한 '아시아돔 구상'을 제언해 주목을 끌었다. 이는 비핵무기국
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맹한 아시아 국가들끼리 상호 핵안전보장
을 담보할 수 있는 지역블록을 구축하자는 것. IAEA와는 별도의 협력체
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핵에너지 의존도가 급증하는 아시아 각국이
한번쯤 고려해볼만한 구상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