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과천에 사는 친구(공무원)를 만났더니 대뜸 '민원'부터 했
다. 그의 부인을 포함한 아파트 주부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체육공원건립
반대 서명을 받고 있으니 이것을 신문에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
과천 주민들은 자연환경 훼손과 교통난 가중 등을 이유로 과천 그
린벨트 지역에 대규모 체육공원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데도 과천
시장은 '민의'를 묵살하고 주민생활의 질을 높인다면서 체육공원 건립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에는 서울 송파구청장이 올림픽 공원 인근 주민들과 한편
이 돼 공원 녹지안에 올림픽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
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올림픽 기념관이 송파구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돼 주민들의 삶의 질이 그만큼 나아진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주민들은 기념관이 오히려 공원의 수려한 경관을 해치고 조
망권이 심각한 침해를 받는다며 건립 반대 서명을 받아 송파구청에 제출
했다.
송파구청장은 공단측의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해 주민들의 손을 들
어줬다. 공단측은 이미 적법 절차를 마친 사안을 구청장이 행정권을 남
용해 반려했다면서 서울시에 '건축허가 신청반려처분 취소'라는 행정심판
을 청구했다.
서울 올림픽을 치른 지 10년이 다 되도록 이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나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인데도 아직도 짓
느냐 마느냐로 대립하고 있다.
과천시와 송파구의 두 '경우'를 보면서 세상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
다. 그전 관선 시장이나 구청장 시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민선 자치
단체장 시대에는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이 당사자 입장에서 자신들의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주민과 관청, 공공단체간에 마찰이 빚어졌
을 때 지방의회 등이 이를걸러 주지 못하고, 그 빈틈을 집단 이기주의가
파고 들고 있지나 않은지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