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택민(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에
게 한시(한시) 한 수를 들려줬다. 지난 5일 중남해에서 있었던 중-
일 정상회담자리에서였다.

"이사위감, 가지흥체. 이동위경, 가정의관. 견미지저, 방미두
점."'역사를 거울 삼으면 국가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고,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옷매무새를 올바르게 할 수 있으며, 작은 흐름 속
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알 수 있고, 조그만 잘못을 미리 고치면 앞
으로의 큰 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강주석이 하시모토총리에게 선사한 한시의 속뜻은 '일본에서
과거 이웃나라에 대한 침략사를 부정하는 망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미-일 신안보선언으로 남의 나라 문
제인 대만 문제에 간섭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있는데 지금의 조그
만 잘못을 고쳐야 나중의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은근하지만 분명한 경고였다.

강택민의 한시에 대해 하시모토총리는 6일 붓글씨로 대답했다.
2차대전 종전후 일본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심양의 9·18 만주사변
기념관을 참관하면서 하시모토총리는 '이화위귀'라는 글귀를 기념
관에 남겼다.

'이화위귀'는 문자대로 해석하자면 '평화와 화목을 귀하게 여
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1931년 군국주의 일본의 만주침공의
구실이된 유조호 사건의 역사증거물들을 전시해놓고 있는 9·18기
념관을 둘러보면서 하시모토 총리가 한 말들을 들어보면, 그의 붓
글씨 '이화위귀'에는 이중의 의미가 내포돼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
을 수 없게 된다.

그는 9·18기념관을 참관한 이유에 대해서는 "역사를 정시하
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역사가 부여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
다"는 알듯말듯한 말도 했고 "역사를 정시하는 기초위에서 일중관
계를 강화해야 한다"고도했다. 사과나 반성을 한다는 표현은 어디
에도 없었고, 그저 역사를 바로 보기 위해 일본총리로서는 전후
처음으로 만주사변 기념관을 찾았다는 것이다.

결코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의 분명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
는 하시모토의 발언에서, 그가 만주사변기념관에 남긴 글씨 '이화
위귀'의 화는 일본의 야마토정신을 가리키는 화로 보아도 훌륭한(?)
글귀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단순하게 보면 '평화와 화목
을 귀하게 여긴다'는 뜻이 되지만, '만주사변때 희생(?)됐던 일본
군인들의 야마토정신을 귀하게 여긴다'는 글귀로도 해석이 되는
것이다.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이 들려준 비교적 긴 한시에, 하시
모토 일본총리는 2중의 의미를 지닌 단검같이 짧은 글귀로 응수한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