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개월간 인근 동남아 통화 위
기에도 꿈쩍 않던 홍콩이 연 3일 동남아 증시의 동반 폭락세에 영향을
받고 주가지수가 20% 이상 곤두박질, 연초 수준인 1만3천대로 급전지
락했다. 지난 8개월간 벌어 놓은 증시돈을 단 3일 만에 날린 셈이다.

불과 3주 전 동남아 통화 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 홍콩 증시는 연
일 사상최고를 기록하며 '난공불락'의 경제권임을 과시했었다. 그들은
홍콩 경제가 본질적으로 동남아와 다르며, 중국과의 통합으로 대중화
경제권이 형성되면서 더욱 '스피드 업'될 것이라는 장밋빛 비전에 가
득찼었다.

그런 상황에서 홍콩 증시가 맥없이 허물어졌으니 홍콩인들의 심리
적 타격이 어느정도일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홍콩 정부는 지난달
29일 저녁 서둘러 홍콩 외환보유고가 미화 8백17억달러로, 세계 5위라
는 통계를 전 외국 특파원에게 전송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그러나 문
제의 심각성은 현상황이 홍콩 경제의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동남아에
서 시작된 금융 위기 태풍이 드디어 홍콩에까지 상륙할 것이라는 거시
적 우려가 적중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동남아 위기는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결과적으로 이 지역 시
장에 매력을 잃은 국제투자가들이 손을 털고 나감으로써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나아가 이들 투자가들이 동남아의 마지막 승부처로서
홍콩에 달려들어 그동안 번 홍콩 주식을 팔아치우거나, 미 달러화에
비해 명백히 가치가 절상된 홍콩달러화를 집중 매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홍콩 금융가의 판단이다.

그것은 곧 현지 화교들의 뭉칫돈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다줘 자칫
너도 나도 돈을 빼는 '금융 패닉'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경
우 홍콩이 자랑하는 외환보유고나 중국의 지원사격은 '태풍 속에 우산
쓰고 가는 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동남아 위기 상황의 원인은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 때문이라
는 설, 조지 소로스 등 국제적 자금투기꾼들의 장난 때문이라는 설,
심지어 홍콩통합으로 더욱 강해질 중화 경제권 등 대아 경제에 대한
서구측의 암묵적 반격이라는 설 등 분분하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다. 더구나 홍콩은 우리에게 연 1백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올려 주
는 '효자' 시장임을 고려해 볼 때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