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미국이 해법으로
내 놓은 게 바로 가정의학 전문의를 중심으로 한 1차 진료의 강화입니
다.".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서 개최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세계가정의
학회에 참석차 내한한 가정의학계 태두 로버트 테일러(미 오리건대 교
수)박사는 "전체 의사의 50% 정도가 1차 진료에 매달려야 하며, 1차
진료의 절반정도를 가정의학 전문의가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는 전체의 15∼
20%정도.

60년대 미국에선 환자들이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일반의사를 신뢰하
지 않았으며, 전문의에게만 몰렸다고 한다. 그 결과 의학이 필요이상
으로 세분화됐고, 환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하나의 질병을 진
단-치료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전문의들 사이를 찾아 헤매야 되게 됐
다는 것. 그는 "이제 미국인들은 심장이나 콩팥만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상태와 질병을 총체적으로 관리해 줄 가정의를 원
하고 있다"며 "이것은 전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테일러교수는 "가정의의 확산만이 불필요한 진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가정의는 개인 또는 가족의 병력을 훤히 꿰뚫고 있
기 때문에 병이 났을 때 불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며, 또 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의료비를 절감케 한다는 것. 그는
"전체 환자의 90% 정도를 가정의들이 치료할 수 있다"며 "편두통 환자
가 신경과 전문의를 찾고, 감기환자가 호흡기 전문의를 찾는 것은 의
료 자원의 낭비"라며 "전문의들은 가정의들이 치료하지 못하는 보다
심각한 질환의 치료와 연구에 매달리는 게 의학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