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정강정책을 전면 개정하면서 대통령중심제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연말 대선 구도와 관련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회창 대표의 핵심측근들은 27일 "아직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기본정책 5조의 대통령중심제 규정을 더이상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면서 "기본정책은 우리 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인데, 특정 권력구조를 명기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개헌 여부와 상관없이 불필요한 조항이기 때문에 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춰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자전으로 치러질
전망인 이번 대선에서 신한국당은 자민련 등 다른 정파와의 연대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연대의
조건으로 내각책임제에 대해 융통성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백남치 의원을 비롯한 이 대표 핵심
측근들이 김용환 부총재 등 자민련 인사들과 극비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민련 관계자들도 접촉 사실은 시인했다. 김 부총재는 최근 백 의원과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러나 내가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
책임자인데…"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여권과의 또다른 창구로
알려진 이태섭 부총재도 "이것 저것 얘기하고 있으나
신한국당의 총재직이 이양한 뒤에라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고, 강창희 사무총장은 "여권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얘기를 해오지만, 구체적인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신한국당에서는 또 당내의 상당수의 의원들이 장기적으로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고, 이한동 의원 같은 이는 이미 공개적으로
'장기적인 내각제 검토론'을 표명한 바 있다. 당지도부로서는 이런
당내외의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변화불측한 정치상황에 대비,
거추장스러운 규정으로 스스로 '족쇄'를 채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한다.

이 대표측이 실제로 정강정책을 바꿀 정도로 태도를 바꿀 경우
대선구도는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
이뤄져온 후보단일화 협상은 여권을 포함, 다자 게임으로 바뀌게 된다.

내각제 문제에 대해 똑같은 조건이라면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결합보다는 신한국당과 자민련간의 결합이 정치적 뿌리로 보거나
정서적으로도 훨씬 용이할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

이 대표측은 이와 함께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강령 전문의
역사바로세우기란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도 거론중이다. '역사
바로세우기'는 김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면서 집권후반기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운
국정의 중심사안이었다. 95년 12월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강령에까지 이 대목을 집어넣었을 정도로 집념을 보였다.

그'역사바로세우기'란 표현을 빼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은 이 대표측이
차별화에 고심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 대표측은 겉으로는 차별화론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이런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게 된
데는 이 대표 나름의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김 대통령과의
상징적인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정치인으로서의 선도를 회복하고,
나아가 '역사바로세우기'를 흔쾌한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던
구여권층을 껴안으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