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을 전공해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슬하에 3남1녀와 손주까지 둔 「할머니 수험생」
金永淑씨(59.경기 부천시 심곡동)의 당당한 포부다.

金씨는 27일 발표된 97학년도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 초등학교
교과과정 공부를시작한 지 불과 3년만에 어느새 대학 입학의 문턱에
서게 됐다.

전남 장성 출신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결혼,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金씨는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경기 부천에서 26년간 속옷 가게를
운영하며 큰아들(35)을 변호사로, 딸(29)을 치과의사로 키우는 등
4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다.

이렇게 어머니 역할을 훌륭히 하면서도 못다한 학업에 대한 아쉬움을
끝내 버리지 못한 金씨가 지난 94년 공부를 다시 시작하자 언니는
『집안에 미친 사람이 하나생겼다』면서 극구 만류하기도 했다.
金씨에게 큰 힘이 된 사람은 집안일을 대신하느라 주부습진까지 걸린
남편과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형부.

지난 95년 중학교, 지난해 고등학교에 이어 올해 대입 검정시험까지
단숨에 합격한 金씨는 『손주들을 돌보며 시험준비를 하느라
어려웠지만 좋은 추억이 됐다』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공부하더니 유식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면 10년은
젊어지는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金씨와 함께 이번 대입검정시험에 합격한 朴耿民양(18.서울
강남구 일원동)은 10년전 어머니가 당뇨로 앓아 누운데 이어
초등학교 졸업무렵 아버지를, 중학교때에는 할머니를 잇따라 여읜
소녀가장.

어머니와 여동생(17) 등 가족들의 생계를 잇고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 신문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고교 1년때
결국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강남구청에서 일자리를 구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게 됐을 때에야
비로소 아침이면 깨끗한 교복차림에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같은 또래
아이들이 부러워 보였고 「배움에 대한 목마름」도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경민양 표현대로 「주위의 도움으로」 지난해 11월 공부를 다시
시작해 9개월만에시험에 합격했다.
『더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 때 나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으니 나쁜길로만 가지 않게 이끌어 달라는 기도로 스스로를
추스렸다』는 경민양의 소망은 「친구를 잘못 사귀어」 학교를 그만
둔 동생을 다시 공부시키고 어머니 병을 빨리 낫게하는 것.
경민양은 앞으로 신학대에 진학,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선교사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