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혈 28년" 북아일랜드 평화 오려나...기대감 부풀어 ##.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9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게리 애덤스 신페인당 당수와의 회
담이 그것이다. 영국의 역대 총리는 물론, 고위 정치인들이 한번도 시
도할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일이다.
블레어-애덤스 회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사건일 뿐아니라,
28년간을 끌어왔던 북아일랜드 유혈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획기
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페인당은 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추구하고 있는 가톨릭계 무장
투쟁세력인 아일랜드 공화군(IRA)의 정치조직.
IRA와 28년간에 걸친 유혈분쟁을겪었던 영국의 입장에서 애덤스는
'반란군 수괴'인 셈이다.
실제 그동안 영국내에서는 애덤스 자신이 IRA의 비밀 지도부에 속
한 인물이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94년 9월 IRA의 휴전선언으로 북아일랜드에서 평화
정착의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영국 총리와 신페인 당수간의 회담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IRA의 실질적인 무장해제를 전제조건으로 내세
우며 신페인당 대표들과 자리를 같이 하는 것조차 꺼려왔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블레어 총리가 '다우닝가
10번지'의 새 주인이 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영국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비난하며 휴전선언을 파
기했던 IRA도 지난 7월19일 다시 휴전을 선언, 북아일랜드 평화회담의 최
대 장애물이 사라졌다.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25일 그동안 IRA 휴전선언의 진실성 여부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었던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이번주중 신페인당
을 평화회담에 참석시킨다는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블레어-애덤스 회담은 오는 9월15일 북아일랜드 제정파
회담이 개막된 직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애덤스와의 회담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부
인했다. 그러나 영국 정가에서는 신페인당이 평화회담에 참석할 경우
블레어-애덤스 회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
부터 양자 회담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친영 세력인 신교계 '얼스터 연합당'의 존 테일러 부
당수는 24일 블레어-애덤스 회담과 관련, "영국 정부가 IRA의 요구에 굴
복하고 있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반면 신페인당은 이날 "블레어 총리가 이미 평화회담의 관련 제정
파 지도자들을 모두 만났다"고 지적, "평화회담이 개막된 뒤에는 더이상
(애덤스와의 회담을 거부할) 핑계가 없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아일랜드 사태는 아일랜드와의 즉각적인 통합을 요구하는 가톨릭
계 주민과 영국에 계속 속해있기를 바라는 신교계 주민간의 팽팽한 대립
으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 김기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