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섬 개우쳐...부인-며느리도 울릉도 교사 ##.

울릉종합고등학교 이종렬(65) 교장은 '울릉도의 스승'이다. 섬사람
대부분이 이교장의 제자이다. 58년 6월 울릉도에 부임한 후 39년2개월
간 섬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달 말 정년퇴임한다.

"섬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분이죠. 울릉군수는 정초에 가장 먼저 교
장선생님께 세배를 합니다. 다른 곳에서도 주민들이 그렇게 모시는 선
생님이 계신가요?".

학부모 홍연관(44·울릉수협 총무과장)씨는 "교장선생님은 학교를
떠나도 섬의 어른으로 남으실 것"이라고 했다.

이교장에 앞서 울릉도에서만 교직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사람이
딱 한사람 있다. 바로 이교장의 큰 자형인 최수현 전 울릉초등학교 교
장이다. 또 이교장의 부인 정영숙(63)씨도 교사생활의 대부분을 울릉도
에서만 보냈고, 지금은 울릉중학교 교장이다. 이교장의 며느리는 울릉
중학교 영어교사로 있다. 그의 가족들은 울릉도 교육을 지탱해온 기둥
이자 뿌리이다.

이런 이교장을 위해서 울릉도 사람들은 조촐한 정년퇴임식이라도 차
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교장은 요지부동이다. 이상호(43·울릉저동
우체국장)씨는 "며칠전 교장선생님께 기념식 얘기를 꺼냈다가 꾸지람만
들었다"고 했다.

울릉도에서 태어난 이교장은 대구에서 중고교와 대학을 나온 뒤 58년
섬에 교사로 부임했다. 그때 소외감과 가난에 찌든 울릉도 아이들은 쉽
게 절망했다. 교사들도 2∼3년 임기만 채우고 훌쩍 육지로 떠나곤 했다.
울릉도의 교육은 시들어 갔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얘기했
다.

"여기서도 열심히만 공부하면 제몫 하며 살 수 있다. 판-검사도 될
수 있고 대학교수도 될 수 있다. 꿈을 가져라. 너희들이 그렇게 되는
것을볼 때까지 울릉도를 떠나지 않겠다.".

울릉종합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명성칼라 사진관을 운영하는 임정진
(41)씨는 "중학교 때 선생님은 무척 엄하셨다"고 했다. 말씀 한마디도
뼈에 사무쳤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야 그게 교장선생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선생님의 자리를 이제 누가 대신해줄 수 있을지….".

이교장은 지난 3년간 부인과 아들부부가 사는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학교 관사에서 혼자 기거해왔다. 학교에서 먹고 자면서 학생들을
다독거렸다. 자고 나면 교실에는 빈 자리가 생기고, 육지로 떠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낙담하는 학생들에겐 위로와 용기가 필요했다.

"나 자신 뭍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저를 믿
고 따르는 학생들을 배신하는 것 같더군요. '조금 더 두고 보자, 조금
더두고 보자' 하다가 세월이 흘러버렸습니다." 노교장의 퇴임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