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제씨의 '기획 입북' 의혹 제보자에 대한 수사 문제를 둘러싸
고 국민회의와 안기부 사이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국민회의는 안기부가 수사협조 공문을 보내고 이를 공개한 것은
수사 자체 목적보다 야당 압박 등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분개하며
절차와 형식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수사 협조를 무작정
거부할 경우 비난받을 것을 우려, '이런 문제 제기가 협조 요청을
거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회의는 오전까지만 해도 당사자인 정동영 대변인이 김대중
총재를 수행해 전북 무주 행사에 참석했다가 상경하는 길이라 갈피
를 잡지 못하다가 오후 들어서야 '제보자 신분을 밝힐 수 없지만 제
보 내용을 서면 전달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민석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간부간담회 뒤 난감하고 흥분
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안기부 공문의 형식과 절차를 문제삼았다.
그는 "공문이 과연 안기부장의 재가를 받은 것인지 확인이 되지않고
있다"며 "일개 대공수사실장이 제1야당 대변인에게 일방통보식으로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대단히 방자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례없이 밤에 직원을 통해문서를 전달하고, 미리 문서를 보낸
사실을 언론에 알린 점 등을 '언론플레이'라고 비난하고, "허위사실
을 유포한 신한국당 정형근 의원에게도 조사 협조문서를 보냈느냐"
며 형평성도 문제삼았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공당에 대한 안기부의 엄포행위는 용납
할 수 없다"고 했고, 이종찬 부총재는 "안기부가 수사관을 보내려면
영장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안기부는 "국민회의 발표내용으로 볼 때 제보자는 오씨
월북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며 "수사협조요청은 담당 수사관 이름으로 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에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 수사실장이 공문을 보낸 것"
이라고 밝혔다. 안기부 한 관계자는 "국민회의측이 '기획입북' 운운
한데 대해 안기부 직원들이 내심 '공당이 정말 이렇게까지 나올 수
있느냐'고 분개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해서 안기부가 정치
적 의도로 수사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라고 말했다.
국민회의와 안기부는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양측 모두 상처
를 입을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매우 신중한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으
나 오씨 사건의 수사과정에는 양측이 충돌할 수 있는 '지뢰'가 곳곳
에 깔려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