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 죽산면서 공연 '오이디푸스' 성황 ##.

오랜만에 누리는 축제였다.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날(9일)
밤 8시, 경기도 안성군 죽산면 용설저수지 뒤편 야외 원형극장에 횃
불이 피어올랐다.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3부작(소포클레스 원작·
김아라 연출). 객석은 낯선 길을 따라 모인 4백여 관객들로 가득했
다. 극장 위로 초승달이 솟고, 산들바람이 불었다.

1부 '오이디푸스왕'은 뜻밖의 해프닝으로 시작됐다. 티코 승용
차가 경적을 울리며 극장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7명의
배우가 꾸역꾸역 내렸다. 한결같이 검은 옷차림. 배우들은 자기 소
개를 하고는 극중인물로 변신한다. 제 아비를 죽이는 아들이라는 신
탁 때문에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비운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양부
모에게 맡겨진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리라는 예언을
뿌리치려고 집을 떠난다.

하지만 잔인한 운명은 그의 발길을 친부모에게 이끌고, 파멸의
신탁은 실현되고 만다.극 고비마다 북소리와 징소리가 울린다. 택견
과 우리 춤사위가 넘실대고, "얼쑤"하는 추임새도 낯설지 않다. 2천
몇백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비극이 오늘 한국에서 새로운 옷
을 입고 펼쳐졌다.

2부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는 소리와 몸짓으로만 이뤄진 퍼포
먼스였다.

오이디푸스는 가슴 찢는 죄책감에 스스로 눈을 뺀다. 신과 화해
하고 죽음의 길을 떠난다. 아프리카 케냐의 전통악기 오부카노와 색
소폰,인도 타악기와 각국 배우들 노래, 일본 연극인 유코 생가의 춤
이 어우러진 제의는 장려했다. 남명렬은 1부에서 오이디푸스 어머니
이자 아내 이오카스테, 2부에선 노쇠한 오이디푸스까지 1인3역을 훌
륭히 소화했다. 관객들은 극이 끝난 뒤 사인 공세로 그의 열연에 답
했다.

여름밤 야외공연이라 관객들은 2시간30분 공연 내내 모기에 뜯겨
야 했다.그래도 서울, 부산서 버스 타고 차 몰고 매일 4백여명씩 몰
려왔다. 공연장밖 공터에서는 아이들이 제 세상 만난듯 매미를 잡으
러 뛰어다녔다. 그래도 공연에 방해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오
히려 야외극의 재미를 더했다.

논과 늪을 메워 야외극장 M-캠프시어터를 세운 연출가 김아라의
힘이 빛났다. 극장부터가 누구 도움도 없이 전 재산을 털어넣어 만
든 노작. 김씨는 겨울만 빼고 연중 야외극축제를 열겠다고 했다. 안
성에 새 명물이 생긴 셈이다. 오이디푸스 3부 '안티고네'는 10월 세
계연극제에서 김아라 연출로 서울시립극단이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