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행·홍보 귀재… 본사 따로 없고 중요한 결정도 전화로 ##.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의 브리티시 에
어웨이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
지는 못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룡', 보잉이 맥도널 더글러스(MD)를 집어삼키면서
한껏 몸집을 부풀리던 지난 8월4일, 영국의 버진 애틀랜틱과 에어 캐나
다가 유럽 컨소시엄인 에어버스에 A340기 21대를 주문했다는 소식은 세
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의 거대 항공기 제작사 출현에 업계가 숨을
죽이고 있던 날, 버진 애틀랜틱은 그에 반격이나 가하듯 에어버스사와
항공기 수주를 계약한 것이다.
그 뒤에는 유럽의 '40대 억만장자'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리처드 브랜슨(48) 회장이 칼을 갈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아는 얘기.
직원들에게는 '털복숭이 보스'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는 브랜슨 회장은
자신도 이벤트를 잘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이벤트를 잘 이
용하기로 유명하다. 보잉·MD가 '결혼식'을 거행하던 날 그는 에어버스
의 최신 기종으로 아직은 실험 단계라고 할 수 있는 A340-500, A340-600
을 주문하는 서명식을 병행함으로써 언론 홍보 효과를 배가한 것이다.
● "코카콜라보다 더 큰 글씨의 `버진' 희망".
브랜슨 회장은 보잉에 대해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보잉은
훌륭한 항공기를 만들고 있는 회사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사를 두는 것
이 항공업계는 물론, 고객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미국 일본의 천문학적 숫자를 자랑하는 거부들에게 유럽에
서 도전장을 낼 수 있는 영국 사나이다. 털보 모습에 옷차림은 흡사 보
컬그룹리더 같다. 그가 넥타이를 매는 날은 일년에 손꼽을 정도다.
바로 이 사람이 세계 주요 도시마다 '버진'이라는 이름으로 음반 및
출판유통망을 점거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외계에서 온 듯한" 모습의 그
는 항공 사업은 물론, 청량 음료 시장에까지 뛰어들어 코카 콜라를 위협
하고 있다. 브리티시 에어는 버진 항공 도전에 움찔하고 있다.
그는 기구를 타고 18일간 세계일주를 기획할 만큼 무모한(?) 모험가
이기도 하다. 그는 실제로 세계를 제패할 실력과 꿈을 키우고 있다. 그
래서 그가 지휘하는 그룹은 '버진 애틀랜틱 리처드 브랜슨'이라는 긴 이
름이다. 대서양 양안을 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하반기엔 런던과 요하네스버그를 연결하는 항공로 개설을 선
언, 본격적인 아프리카 공략에 착수했다. 이제 검은 땅에 버진 항공기가
내려앉고, 야자수 거리에는 음반·출판 전문 유통 체인인 '버진 메가스
토어'가 문을 연 것이다. 본거지 영국에서 했던 방식대로 그는 곧이어
아프리카 전문 민영 라디오 방송을 사들이고, 이를 발판으로 '버진 콜라'
까지 상륙시킬 작정이다.
이뿐 아니라 브랜슨은 자신의 음반 녹음 회사를 통해 아프리카의 실
력 있는 가수들을 물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롤링 스톤스, 필 콜린스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버진'에서 녹음을 하고 있다. 롤링 스톤스는 브랜
슨과 개인적인 친구 사이다.
브랜슨은 지난 6월엔 벨기에의 유로벨리언 에어라인스를 인수했다.
항공업계는 날로 무서운 가속을 얻으며 성장하고 있는 버진 애틀랜틱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조금씩 예측은 하고 있었으나 그 속도가
예상 밖인 것이다.
브랜슨의 경영 철학은 단 하나다. "우리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다"는것. 이 모토 하나로 그는 오늘날 영국의 두번째 민영 그룹을 가꿔
냈다. 브랜슨 휘하에는 2백여 기업이 운집해 있다. 특이한 것은 이 모든
기업이 독립된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그는 95년 11월 뉴욕에서 "음악이 당신들의 종교라면, 내가 예배당을
세워주겠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음반 백화점이 될
'버진 메가스토어' 기공식을 가졌다. 브랜슨은 "나는 코카 콜라보다 더
큰글씨로 세계 곳곳에 '버진'이라는 이름이 적히길 바란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또 그룹 총수 중 자가 광고의 명수로 손꼽힌다. 기행과 이벤트
에 몸소 참여, 보도진을 끌어모은다. 초청객을 모아놓고 술 파티를 벌인
다음, 풀에 빠뜨리는 기행은 보통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재계에서 성장한 과정은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이것도 전략이다. 브랜슨은 마리화나 합법화, 호모의 법적 지위 등에도
열렬한 활동을 벌인다. 코카인 복용 경험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면서
화제를 일으키고 신문 지면에 무료로 얼굴을 싣는다.
● "제안이나 문제가 있으면 바로 편지하시오"'
그는 흥행의 귀재다. 사업과 스펙터클을 동시에 벌인다는 것이 그의
아이디어다. 오늘날 1만2천여 가족을 거느리고 연 2조4천억원에 육박하
는 매상을 올리는 버진은 그렇게 컸다.
개인 생활은 거부답지 않은 중산풍이다. 출장 때 공항에 내리면 킹사
이즈리무진 대신 그레이하운드에 올라탄다. 수행팀도 항상 동행하지만
별도로 호화 리무진을 렌트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호텔도 한국 돈
3만원짜리에 수행팀과 똑같이 묵는다.
영국의 5백대 거부들 얘기를 쓴 필립 베레스포드씨는 "브랜슨은 도덕
이나 사회 규범에 구애받지 않고 젊은이를 끌어모으는 재주를 지녔다"고
말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광고와 판매로 사업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
신도 "나는 기회주의자"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버진은 본사가 없는 그룹, 회장은 넥타이를 모르는 자택 근무주의자,
모든 중요결정이 전화로 이루어지는 그룹이다. 브랜슨은 결정 단위의 원
자화를 부르짖는다. 두달에 한번 그룹 식구들에게 우송되는 회장명의 편
지는 이렇게 끝난다. "제안이나 문제가 있으면 즉각 편지를 주시오.다음
이내 개인 주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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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음반 시장 대주주 버진그룹
항공-콜라시장까지 진출한 백화점식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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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버진 그룹은 일종의 백화점식 재벌이다. 창업 회장이자 현재
도 그룹 총수인 리처드 브랜슨이 무일푼에서 출발, 불과 20여년 사이에
혼자 힘으로 거대 그룹을 일궈놓았다.
출발지는 음반 시장이었다. '버진 메가스토어'. 유럽 주요 대도시에
서 음반을 사려는 사람은 으레 '버진 메가스토어'를 떠올릴 만큼 '버진'
은 음반 백화점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브랜슨 회장은 연관 산업으로 서서히 그룹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
영화관 인수를 대규모로 진행했고, 이어 공연물 프로덕션을 하나둘씩 흡
수해나갔다. 호텔 체인을 인수해서 흥행과 관광을 연결하는 종합망을 구
축한 것이다음 순서다.
브랜슨 회장은 유통망 구축에 자신감이 생기자 과감하게 세계적 공룡
그룹인 코카 콜라와 펩시 콜라에 도전장을 냈다. 이른바 '버진 콜라'를
만들어낸 것이다.
유통망을 장악하면 교통 수단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브
랜슨 회장은 '버진 애틀랜틱 에어웨이'를 만들어 브리티시 에어웨이에
이은 영국제2항공사로 부상시켰다.
브랜슨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런던과 해저 터널의 철도망까지
손을 뻗쳐 '런던 앤드 콘티넨털 레일웨이'를 만들어냈다. 하늘과 땅을
움직이는 사람, 물자와 운송망, 덧붙여 음반과 흥행과 공연 등의 종합
그룹으로 '버진'은 세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버진은 '버진 브라이드'라는 신종 회사를 차렸다. 이것은 결혼
식 및신혼 여행에 관계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혼 산업이다. 버
진의 이미지와 매우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업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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