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홍헌표기자】6m15 바까지의 거리는 약 50여m. 부브카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장대를 곧추 세웠다. 관중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그는 리듬이 깨진 듯 중간에서 돌아선 뒤 경기를 포기하
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한번의 세계신기록을 기대하던 8만여명의 관
중들은 휘파람을 불며 "다시 도전하라"고 외쳤다.

'인간새' 부브카는 아쉬운 듯 몇번이나 바를 쳐다본뒤 짐을 꾸렸다.
관중들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서른네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6m1의 대회
신기록을 세운 그를 향해 우레같은 박수로 축하해줬다. 14년간 세계대회
6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그는 세계육상사의 '영웅'이었다. 부
브카는 우승직후 "나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운동을 하기위해 태어났다"며
"시드니올림픽때까지 은퇴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높은 곳을 향한 도전은 초등학생인 11세때 첫 출전한 대회에서 2m7로
1위를 차지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세계정상에 처음 오른 것은 20세때인
83년 헬싱키세계선수권때(5m70)였다. 85년 인간의 한계라는 마의 6m벽을
뛰어넘어 '인간새'라는 별명을 얻은뒤 91년 6m10를 거쳐 94년엔 6m14까
지 바의 높이를 올려놓았다. 지금까지 6m벽을 넘은 선수는 부브카 외에
89년 6m2를 넘은 로디오 가타울린(우즈베키스탄), 지난7월 니스그랑프리
에서 6m를 넘은 막심 타라소프(러시아)등 5명뿐이다.

84년 첫 세계신(5m85)을 세운 이래 그가 수립한 세계신기록은 실외
기록 17차례, 실내기록 18차례. 전성기였던 91년에는 1주일에 2회, 6개
월간 무려 7개의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1m83,80㎏의 탄탄한 몸매,
100m를 10초2에 달리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추진력, 역도의 파워, 체조선
수의 날렵함을 두루 갖췄다. 85년 결혼한 체조선수 출신의 아내 리리아
의 혹독한 내조(?)도 큰 몫을 했다. 리리아는 청년시절부터 수없이 코피
가 터질 정도로 그를 몰아붙였고 전문적인 체조훈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