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호우를 동반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던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
리 제11호 태풍 티나는 다행히 별다른 재해를 안기지 않고 동해로 빠져나
갔다.
우리나라에 직접 상륙한 태풍 티나가 얌전하게 거쳐간 것은 한반도
주위의 절묘한 기압계 배치가 티나의 기세를 꺾었기 때문.
티나는 제주도에 접근하던 8일 오후 9시까지 중심기압이 9백75헥토
파스칼에 중심 최대풍속 30m, 영향 반경 3백20㎞로 상당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육지 상륙때 세력이 약화되고 진행 속도가 빨라지는 태
풍의 속성을 고려하더라도 강한 바람과 함께 최고 2백㎜의 비까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했다.
그러나 남해를 거쳐 경남 사천지방에 상륙한 9일 새벽에는 9백90헥
토파스칼, 중심 최대풍속 22m, 영향 반경 1백50㎞로 급격히 세력이 줄었
다.
이 때문에 전남 고흥지방의 81㎜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방에 10∼
50㎜의 강수량만 기록해 태풍치고는 비도 무척 적었다.
기상청은 그 이유를 한반도 주변 기압골의 적절한 위치 때문으로
풀이했다. 우리나라 서쪽-남서쪽에 자리잡은 고기압이 북진하던 티나
의 진로를 북동쪽으로 꺾게 했고, 북풍이 불면서 티나를 '마른 태풍'으로
만들었다는 것.
태풍은 고온다습한 남풍 계열의 기류가 주위에 있을 경우 지속적으
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세력을 확장-유지하고 비구름을 만든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쪽과 남서쪽의 고기압이 수증기를 함유한 남서풍의 유입을 차
단했다는 것이다.
태풍이 제주도를 지날 무렵, 북동풍의 영향으로 태풍의 구름이 중
국쪽으로 확산돼 버려 비구름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태풍 티나가 일본 쪽으로 진행하지 않고 제주도를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하게 된 원인은 제주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
2도 높은 27도로, 일본 남쪽 해상의 26도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
다.
열대성저기압인 태풍은 해수면이 따뜻한 바다쪽으로 이동하는 경향
을 보인다.